오랜만에 적막과 고요의 날을 맞은 듯합니다.
마치 전쟁 중 휴전 또는 종전의 느낌이랄까요. 비난과 힐난도 멈추고, 총성도 포성도 나지 않으며, 사자 떼들이 지나간 자리에 태연히 얼룩말들이 풀을 뜯고 있는 듯한 날입니다. 덩달아 테이블을 밖에 내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차를 마시고픈 날이지요. 바람도 멈추고 가끔 햇빛만 나지막이 비추는 것이 적막과 고요의 음소거의 도시처럼 느껴지네요.
가끔은 모든 전기불을 끄고 에너지 절약을 하는 날도 있듯 넘쳐나는 말과 평론의 에너지일랑 좀 아껴두고 절약했으면 하는 날이었습니다. 오늘 적막과 고요의 도시처럼 느껴진 것은 그런 에너지를 모두 음소거 처리했기 때문이지요. 이제 그런 소음일랑 무음 처리로 해 놓고 어딘가에 꽃이 맺는 소리에만, 새잎이 돋는 소리에만, 귀 기울이고 싶은 날이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