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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끈 차도남

날마다 날씨

by Emile

조금 움직였더니 땀이 나는 듯합니다. 아직 그렇게 날이 포근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봄이라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니 오랜만에 느껴지는 후끈함이 남다르지요. 여전히 옷차림이 두꺼워서 일 수도 있고요.


이 후끈 달아오름은 감기의 열과는 확실히 다른, 어째 옛 때의 좋아하는 이 앞에서 후끈 달아올라 얼굴까지 빨개졌던 기분을 떠오르게 합니다. 지금은 웬만해선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렇게 후끈 달아올라 얼굴까지 빨개질 일은 잘 없지요. 그보다는 냉혈한 도시의 차도남 스타일을 견지하고 있으니까요. 믿거나 말거나 말이지요.


그래도 철면피는 못 되는지 가끔은 얼굴이 후끈 상기되기도 합니다. 오늘처럼 오랜만에 포근한 날을 만났을 때도 그렇고, 마찬가지로 포근한 이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뜨거운 커피가 너무 부드럽고 맛있을 때도 그렇고, 책을 너무 신중히 고르느라 집중할 때도 그런 것 같네요. 힘들게 청소를 하고 있을 때도 후끈 열기가 나지요. 아마 정치는 어렵겠습니다. 완전 철면피 여서 표정과 얼굴색에 변화 하나 없이 거짓말을 술술해야 하는데 토론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열을 내며 상기되어 있더라고요.


여하튼 오랜만에 만나는 포근함에 땀이 날 듯 후끈해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함을 숨길 수 없이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던 그때처럼 말이죠. 이런 봄날의 포근함을 정말 좋아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요? 아닐 거예요 아닐 거예요. 이런 이런 조금 움직였다고 고새 냉혈한 도시의 차도남이고픈 이미지는 그새 땀에 다 흘러내려버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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