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완벽한 날이라니!"
먼저 마트에 가서 먹을거리를 채워놓을 것입니다. 그리곤 이 따스해진 봄 날을 그냥 보낼 순 없으니 자전거를 몰고 나갈 것이지요. 아직 피어나진 않았지만 모락 거리고 있는 봄내음을 깊이 만끽하였으면 합니다. 성나서 몰아쳤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랑거리고 화창한 햇살은 땅도 나무도 그만 일어나라는 듯 잠을 깨우는 듯 하지요. 그리고 돌아와선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승리를 만끽하며 와인이나 맥주를 한잔 시원하게 들이켤 이토록 완벽한 날에 완벽한 계획인 것입니다.
이렇게 완벽한 하루를 계획했지만 과연 세상사 완벽한 날이 있을까요? 마트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사고자 했던 먹거리는 품절일 수도 있지요. 자전거 바퀴는 바람이 채워져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힘들게 공기 주입구가 있는 곳까지 가야 할 수도 있지요. 후보들이 싫다던 바람의 화는 아직 가라 않지 않을 수도 있고 땅과 나무는 무슨 소리냐며 모처럼 휴일인데 늦잠을 더 자겠다며 깨지 않을 수도 있고요. 승리를 만끽하긴커녕 당혹스러운 선거 결과에 실망과 분노의 잔을 기울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입니까. 이토록 완벽한 날에 완벽한 계획이었는데요. 줄을 한참 섰을지언정 먹을 것은 뭐라도 집어 들 거고, 자전거를 타든 그냥 걷든 봄바람이면 좋지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대지와 나무라도 봄의 살랑거리는 인사를 외면할 순 없을 것이라서요. 선거의 결과라도 이 완벽한 날에 아무런 지장을 주어서는 안 되지요. 어차피 그들의 잔치이고 이제 끝났으니 모든 약속일랑 모른 척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봄과 함께 우리는 우리만의 잔치를 벌여야지요. 왜냐하면 이토록 완벽한 날이기 때문이지요. 봄과 함께 세운 완벽한 계획이 있었으니까요. 세상사 완벽하게 계획된 데로 굴러가고 예보한 데로 날씨가 따라주지 않는다 해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