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혐의도 남기지 않은

날마다 날씨

by Emile

탐문 수사를 해 봤지만 범인은 아무런 혐의도 남기지 않은 듯합니다. 이토록 아무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상대는 치밀한 녀석이 분명하지요. 도대체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 이렇게 애태우게 하는 주도면밀함으로 보아 여성일 확률이 높다고도 생각합니다. 남성이라면 뭔가 엉성하게 뭐라도 하나 흘렸을 텐데 말이죠. 그렇다고 편견은 금물이니 그 반대일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혼돈을 주려는 수작인 거죠.


날은 포근한데 봄이라는 증거를 아무데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무는 여전히 고목인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새싹 같이 연초록 빛은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지요. 꽃잎은 아예 감감무소식이고, 어제처럼 막 싹을 틔우려는 이른 봉오리조차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바람도 숨어버려 어떠한 힌트도 주질 않네요. 오늘의 봄 탐문 수사는 이렇게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한 채 꽝이었다고요.


기분이 싱숭생숭거리고 몸이 나른한 게 봄이 오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보이지 않는 날이었지요. 아무런 혐의도 남기지 않고는 아주 은밀하고 조용히 갑자기 놀래키려는 듯 말이죠. 반드시 증거를 찾아내어 곧 체포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을 애태우게 만들고 주도면밀하게도 마치 사랑에 빠진 것처럼 아무것도 할 없게 만든 대역죄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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