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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r 24. 2022

개똥을 치우지 않은 개들과의 인터뷰

날마다 날씨

오늘은 누군가 개똥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 채 도망갔나 봅니다. 씨씨티브이를 돌려 개 주인을 찾아내야 한다고 난리지요. 그럼 이 사태에 대한 몇 개분 과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이 개똥을 치워주지 않고 그냥 가던 길을 갈 때는 너무 창피해요. 줄을 잡아당겨 주어서 적당히 볼 일 볼 장소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길 한가운데서 그것도 치워주지도 않는 것은 대 놓고 개망신을 주려는 거지요. 그럴 때는 정말 동네 창피해서 다시 산책하고 싶지 않다니까요"


"가끔은 개똥을 치우지 않고 도망 가면 일종의 희열을 느낍니다. 주인과 내가 공범이므로 내가 사람이 된 듯한, 범죄도 저지를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 같은 착각일 수도 있지만요. 사람들이 왜 법을 어기는지 알게 되고 뭔가 개도 진화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지요"


"그런 개 주인은 개와 다를 바, 아니 개 만도 못한 인간입니다. 개가 그런 인간을 키우는 것이 차라리 낫겠어요. 아마도 그 개 주인도 화장실에서 물을 안 내리고 도망갈 거예요. 조사해 보세요"


"개장실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천만 개와 애견인이 있는데 이제 공중화장실 옆에도 개가 볼일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언제까지 모든 개들이 밖에서 아무데서나 일을 보고 그것을 주인이 따라다니며 치우게 둘 순 없어요"


"프랑스에서도 궁에 화장실이 없어서 아무 데나 볼일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간이나 개나 뭐 마찬가지지요. 휴대하기 간편한 개똥 키트 개발이 필요합니다. 전 세계 히트상품이 될 거예요"


"개의 배설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주인은 그것을 치워야 하죠. 권리와 의무는 한쌍이니까요. 개의 존엄을 위하여 치우기를 회피하는 인간은 개처럼 다루어야 합니다. 주인의 방치로 개만 욕먹고 장기적으로도 이런 건 개한테 전혀 유리하지 않아요"


"개에 대한 공약과 견권 신장을 위한 조치가 형편없습니다. 개똥 걱정하면서 언제까지 살아야 합니까? 개똥을 치워주는 전담 기관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개복지부 같은 거 말이에요. 이제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이에요. 개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야 한다고요"


인터뷰에 응해주신 개분 들 감사합니다. 날도 흐린데 개똥과 마주친다는 것은 달갑지 않지요. 개들도 소중한 자기 똥이 아무데서나 구르고 욕먹는 상황을 바라지는 않겠지요. 구름이 가득한 날 이면 발생한다는 이 연쇄 개똥 사건, 개한테 죄를 물어야 할까요? 주인에게 물어야 할까요? 아니면 공범일까요? 먼저 머리에 든 개똥부터 빼내야겠습니다. 앗 그 버려진 개똥이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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