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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0. 2022

집값의 미래 : 집의 제국

2838세대, 지금 집 사도 될까요

하루가 다르네 오르는 집값, "미친 집값의 시대".


집, 집, 집, 그놈의 집이 문제지요.

아니지요, 그분이라고 해야지요. 현금 보다도, 주식 보다도, 금 보다도, 코인 보다도, 가장 높은 곳에 계신 지존하신 분한테 놈이라니요. 집님, 집통령님, 집느님, 집처님 부디 집 없는 중생을 불쌍히 여기소서!


어이없게도 내 집 마련은 현생의 꿈이 되어 버렸다지요. 한때 인기 있는 꿈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었다가, 공무원이 꿈인 세상이었다가, 이제 내 집이 있는 게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마저도 물려받지 않으면 자력으로는 이제 불가능하다 하네요. 대학, 공무원, 집이 꿈인 세상도 이상했는, 그 소박한 꿈마저도 이제 불가능하다니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임에는 분명한 듯 하지요.


집으로 말미암아  땅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신분제도 부활하였다지요. 이제 학벌이나, 직업이나, 갖은 돈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사냐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시대가 도래하였습니다. 아파트냐 그렇지 않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고, 강 너머에 사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고, 집에서 강이 내려다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신분이 달라지고, 집이 없으면 아예 신분의 축에도 끼지 못할 지경입니다. 집이 없어 벼락 거지가 속출하고 한번 삐끗 집을 팔고 나면 신분이 저 나락으로 추락하십상이지요. 요지에 집 하나만 물려받을 수 있다면 신분에는 걱정할 것 하나 없습니다. 집이 무슨 귀족의 작위도 아니고 평생을 넘어 대대 손손 이어지는 신분 같은 것이 되었으니까요.


이제 집은 꿈을 너머 이념으로까지 자리 잡은 듯합니다. "대한민국은 집 공화국이다"라고 헌법이 바뀐 것을 아시는지요? 투표도 없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요? 아직 모르셨어요?"이런 세상 돌아가는 일에 어두우시네요" 집이 있어야 투표할 수 있어서 벌써 그렇게 헌법을 바꿔버렸다고요! 집이라는 이념 앞에 이제 좌도 우도 개념치 않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집값만 오른다면 친미중일러파 어디에 붙느냐도 상관없지요.

다만 단 하나, 내 집 가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제1의 반역 행위입니다. 집이 정의고 집값이 제1의 가치인 세상이지요. 집값만 괜찮다면 다른 것은 상관없어요.


드디어 이 집은 신앙의 반열에 오른 듯합니다. 돈도 권력도 변하지만 집만은 변하지 않는다은 믿음이 자리 잡은 것이지요. 기존 종교에 실망했던 나머지 새로운 종교를 갈망했던 이들에게 기쁜 복음의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가 믿고 있는 집값을 떨어 뜨린다면 믿고 있는 종교라도 심판을 내릴 것이고, 집값에 도움이 된다면 경멸하던 사이비 종교라도 물론 포용할 것이지요. 이 집신이 이렇게 위대하지요. 신중의 신, 지켜야 할 절대가치입니다.


그런데 집신들은 화가 많이 나 있는 듯합니다. 신들의 잔치에 '정부의 실패' 가져왔으니 말입니다. 신성한 집값에 볏짚을 지고 뛰어들 때부터 알아보았습니다. 이 어찌 신성모독을 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집값 믿음 천국, 불신 집값 지옥 신자들은 이때다 싶게 종교재판을 열지요. 집값에 방해가 되었던 마녀들은 사냥하고 화형을 내릴 기세입니다. 거룩한 집값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자 심판을 내릴 것이지요. 아이고 살벌합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우스 푸어와 벼락 거지가 번갈아 나와서 서로를 조롱하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집에 관한 각종 도사들이 출몰하여 혹세무민하고 선지자를 자처하는 세상은 어떤 시대와 닮았습니다. 집을 무슨 신 모시듯 하고, 평생 이루어야 할 꿈이 되거나, 열반에 이를 수행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혼돈의 세상입니다. 집이 무슨 야바위 도박도 아니고 자꾸 한쪽에 베팅하라고 하는데, 집으로 인하여 한쪽은 신분 상승이요, 다른 쪽은 신분 하락하는 이런 노예 게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요.


아쉽게도 책에는 구원을 얻고 열반에 이르는 답이 나와있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리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지요.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종교에서는 흔히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바람은 내세에서나 이루라고 하지요. 이제 집은 현세에서는 이룰 수 꿈이기 때문에 내세에서나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종교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내가 천국 대신 집을 줄 것이요. 참선을 쌓는 자 보상으로 집을 얻는 열반에 이르리라"라고 말하지요. 천국이나 연옥에선 분양이나 가점 같은 것 없다고 합니다. 누구나 집은 선물이랍니다. 다주택도 가능, 종부세도 없다네요. 와우!


그러나 집은 현세의 이 땅에서 필요한 것이지요. 이고 지고 저 세상에 가지고 갈  수도 없습니다. 집은 거기서 머물러 있을 때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자랑거리가 아닌 그냥 생활의 공간이고 필수재입니다. 꿈이 되거나, 신분이나, 이념이나, 종교가 되어서는 더욱 안되고, 야바위거나 내세의 희망이 되어서는 더더욱 아니지요.


여하튼 이 집 문제로부터 구원한다면 새로운 메시아로 불릴 것은 같네요. 메시아에 도전해 보세요. 이런 기회 2천 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한 흔치 않은 기회라고요. 메시아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렇게 집값이 치솟다가는 이 집의 제국은 멸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가 그러했듯 메시아는 늘 나타나지 않았고 제국은 늘 그러다 멸망했었기 때문이지요. 괜찮아요 내세에는 집이 없었던 사람부터 우선이랍니다!


2838세대, 지금 집 사도 될까요

한줄 서평 : 집값 해결의 메시아를 기다리며(2021.07)

내맘 $점 : $$$

최이윤, 이철호, 박경준 지음 / 잇콘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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