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세상이 진짜로 멸망할 것 같은 날이 몇 번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코로나 팬더믹이 처음 확산되었을 때였고, 조금 멀게는 911 테러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이 녹아내리고 있었을 때도 그랬었지요.
그런데 그런 두려움을 주는 것은 공교롭게도 실제로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곤두박질치는 지수였지요. 그것이 세상이 망해가고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는 명백한 지표 같았으니까요. 지금도 공포 영화는 무섭지 않지만 주가지수의 급락은 엄청 무섭습니다. 현실도 아닌 이 말도 안 되는 숫자에 불과한데 말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정말 객관적인 지표였을까요?
주식시장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이상했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주식시장의 첫인상은 국가가 운영하는 거대한 카지노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였지요.
사람들이 도박을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공공연히 '호모카지노쿠스'를 표방하며 그 웃기는 시장에서 룰렛을 돌리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자본시장의 메커니즘에 대하여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도 국민이 대다수가 참여하는 이 거대한 카지노의 세계는 아직도 인간이 '호모카지노쿠스'가 아니고는 잘 이해가 잘 되지 않기는 여전하지요.
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 한국 주식투자 100년 사라고 하네요.
주식의 역사를 본다고 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알지요. 역시 역사는 흥미롭습니다만.
차라리 "100가지 역사적 사건으로 본 한국 주식투자의 역사'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딱 100개가 아니고 103개의 챕터로 되어 있지요. 3개는 줄이고 100개로 맞췄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책을 뒤에서부터 읽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과거의 이야기보다는 현재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더 현실감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지요.
한국 주식투자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경제의 역사이지요. 그런데 그 역사에 지수와 그래프가 달려서 딱딱 수치로 환산해 준다는데 매우 흥미로움이 있습니다. 역사의 흥망을 그래프의 높낮이와 변동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코로나 팬더믹이나 911 테러가 그렇듯이 경제적 역사의 순간에는 늘 주가지수가 심하게 요동쳤었네요.
IMF, 911, 펀드 열풍, 금융위기, 남북회담,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아찔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돈도 많이 털렸습니다. 돌이켜보니 기회였던 적도 많았는데 놓쳐버린 것이 불찰이지요.
흥미로운 점은 지금의 가상화폐 열풍 같이 현재가 가장 과도하게 카지노에서 룰렛을 돌리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은 원래 '카지노쿠스'였다는 것이지요. 과거에도 늘 그랬습니다.
60년대의 대증주(대한증권거래소주) 파동은 현재의 밈 주식을 둘러싼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의 공방과 크게 다르지 않고, 70년대의 공모주 열기는 최대 공모주를 기록했던 올해의 따상상 열풍 그대로였지요. 80년대 3저(저금리, 저환율, 저유가) 호황은 돈이 풀릴 데로 풀린 지금의 상황과 아주 유사합니다.
가상화폐가 위험하다고 하나 100년도 더 된 거래소에서 시작된 미두 거래는 지금의 코인 거래 못지않게 투기적이었던 것을 보면 인간의 본성은 '호머카지노쿠스'인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므로 카지노는 현재 진행형이지요. 자본주의의 세계가 더 곤고해진 만큼 인류는 이 카지노의 판을 키우면 키웠지 전혀 멈추지는 않을 듯 보이지요. 어느 정도의 중독과 방조, 또는 장려를 인정해야 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그러므로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룰렛의 회전판에서 과거의 잊어버린 탐욕과 잃어버린 기회를 다시 기억해 내어 또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알다시피 카지노 월드는 당신을 노리는 유혹들이 가득하거든요.
오늘도 호모카지노쿠스의 거대한 룰렛은 계속됩니다. 당신이 여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곳은 카지노 월드이고 인간은 원래 호모카지노쿠스이기 때문이지요. 잭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