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Apr 17. 2022

생명의 벽

날마다 날씨

며칠 전까지만 해도 벽에 메마른 가지들만 잔뜩 엉켜 있는 죽은 담벼락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녹색잎이 생명을 움틔우고 있어 놀랐습니다. 마치 직접 부활을 목격한 듯이 한참을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생명의 벽이 어닐 수 없습니다.


봄이 되니 저렇게 죽은 벽도 살아나다니 녹색으로 된 것들이 부럽습니다. 햇살을 믿기만 하면 저렇게 죽은 것 같았던 가지도 녹색잎으로 부활하고 여차하면 사랑의 꽃까지 피우니까요.


그에 비해 나만 그대로 생명을 움틔우지 못하는 여전히 메마른 벽인 듯해서 봄이 오지 않은 듯 하지요. 햇살을 같이  쬐긴 쬐었는데 푸른 잎이 돋아나거나 꽃이 피어나긴커녕, 과 다리와 얼굴은 여전히 거칠함에 "아! 난 식물이 아니구나"라절실이 깨닫습니다. 녹색 식물 저렇게 부활하는데 비해, 미소는 지어지지 않고, 사랑은 느껴지지 않으며, 글은 점점 더 쓰기 귀찮아지, 먹을 것은 마땅치 않으니, 동물의 봄은 그저 오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밝은 색 옷을 입어 초록 잎을 대신해 보려 합니다. 미소를 지어 꽃 인척 해 보려고요. 뭐라도 계속 쓰다 보면 미친 듯한 감성도 살아날지 몰라요. 식물이 아니므로 맛있는 것을 사냥해야겠습니다. 고기 같은 거지요. 죽은 담벼락도 부활하는 봄인데 동물이 죽은 척하곤 있을 순 없지요. 그래서 오늘 저녁은?

매거진의 이전글 웃음 바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