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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19. 2022

도착점 있는 1등석 버스 여행

날마다 날씨

가끔은 버스를 탑니다. 지하철 대신에요. 그러면 온전히 창밖으로 날씨를 느낄 수 있거든요. 요즘 같이 햇살이 그득한 날에는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도착점 없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공상에 빠져드는 순간 "일어 낫!"라는 소리 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릴 순간이에요. 순간 정말 도착점 없는 여행으로 미아가 될 뻔했지요. 햇살의 마법에 취해 정신을 놓았었나 봅니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도 그러다 이상한 나라에 갔었다지요.


버스에서 내려 한숨을 돌리고, 문득 버스는 "무척 공평 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와 달리 요금도 같고 내리는 순서도 없으니까요. 언젠가는 버스에도 1등석이 생겨서 비싼 좌석을 구입한 사람만 창가에서 앉아 가고, 창밖으로 그득한 햇살을 바라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었거든요. 1등석 손님이 먼저 하차한 후 내리라고만 할 것 같은 찰나 깨어났으니까요.


깨어난 현실에서는 버스에는 다행히 자리가 나면 누구나 창가에 앉아 날씨를 느낄 수 있고, 내리는 데도 순서 같은 건 두지 않아서 다행이지 뭐예요. 그러니 아직은 모두 다 1등석이었나 봅니다. 게다가 도착점도 놓치지 않았으니 성공한 여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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