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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pr 22. 2022

지구의 날 암흑의 추억

날마다 날씨

방금 소등 행사가 있었습니다. 지구의 날을 맞아 10분간 불을 잠시 끄기로 한 것이지요. 생각만큼 대단한 행사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불이 훤하게 켜진 곳도 많고 아직 참여하는 도 제한적이기 때문이지요.


평소 어느 때라도 전기불을 거리낌 없이 훤히 켜 놓은 것 보면 세상이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전기를 극한대로 절약해야 했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 어디서나 밤에도 휘영청 전기불이 빛나니까요. 그래도 잠시 전기불을 끄는 행사에 동참해 봅니다. 전기불이 일부러가 아니라 일시에 자동으로 나가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예전에는 가끔 정전으로 인하여 뜻밖의 암흑의 기쁨을 맞이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야자(야간 자율학습) 때의 정전은 환호성이었으며 꼭 해야 될 야근 때의 정전은 탄식이었지만 말이죠. 추억은 이제 누려보고 싶어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구의 날 소등 행사를 맞아 그때의 암흑 추억을 제로 느껴보고 싶지만 그것을 누리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네요. 불이 꺼진 곳이 그만큼 많지 않아서 아직 너무 훤하거든요.


그래도 잠깐의 소등으로 인해서 지킬 수 있는 지구의 나무의 수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무심코 켜 놓은 등불이 사실은 나무를 태우고 있는 이지요. 그러므로 인하여 지구의 날씨는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산불이 더 빈번히 미친 듯이 일어나고 불현듯 냉기가 세상을 얼려버리기도 하니까요. 오늘의 소등 하나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나무를 하나 더 살리고 더 안정되고 더 나은 날씨를 만들지요.


정전의 추억도 사라져 버린 요즈음 모든 불을 잠시 소등하고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습니다. 키스 타임 같은 것을 너 보면 어떨까요? 앗 이건 취소요. 남만 좋을 일에 설레발을 떨었습니다. 키스 금지 소등 금지. 왜 그때는 키스할만한 장소가 더 많았었는지 전기불은 알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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