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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14. 2022

새벽에 쓰는 시

어스름

새벽에 글을 쓰는 사람은

잠을 잘 못 이뤄서 그런 것인지,

잠을 일찍 깨서 그러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어스름이 스민 것 같지요.

직 뜸이 덜 든 밥처럼,

아직 구워낸 열기가 덜 식은 빵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깨어났을 때,

새벽에 스민 어스름은 이제 사라지고,

완벽하게 익은 글과 밥과 빵으로 해가 뜨는 것입니다.


그러나 새벽에 시를 쓰는 사람은

고민에 잠을 잘 못 이뤄서 그런지,

꿈에서 잠을 일찍 깨서 그런지,

그 어스름을 알고 있지요.


새벽에 밥을 짓던 어머니의,

새벽에 빵을 굽던 제빵사의,

새벽에 시를 쓰던 시인의

어스름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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