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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10. 2022

브런치에 길들여지지 않는 내 마음대로 작가

프로필

브런치에 길들여 지지 않는 내 마음대로 작가


오랜만에 프로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대체 공휴일의 이벤트 같은 것입니다.


요즈음 글을 쓰다 보면 "이래 가지고는 작가 되기 힘들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글을 마음이 내키는 대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브런치의 아주 친절한 가이드에 따르지 않고 장르와 키워드를 넘나드는 데다가 브런치가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트페어 같은 미술 전시회에 다니다 보면 작가마다 고유한 소재나 키워드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을 곧 느끼게 됩니다. 어떤 작가는 토끼만 주구장창 그리고, 어떤 작가는 물방울만 냅다 그리지요. 그리고 어떤 작가는 단색화만 단순하다 싶게 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작가의 그림은 환호를 받는데 비하여 어떤 작가의 그림은 그렇지 못하기도 하지요.


물론 한 가지 소재나 키워드라도 작가라면 혼신의 힘을 녹여내긴 하겠지만, 그런 것을 보면 "무엇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소재와 키워드를 잘 잡아야겠는걸?"라고도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일관성 있게 그리는 하나의 대상을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 소재와 키워드를 잡았다가는 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좋은 글쓰기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서 글을 쓰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죽으나 사나 쓰기 싫어도 한 주재와 키워드에 쭉 맞추어서 써야 한 권의 책이 되긴 할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쓰고 싶지 않은것을 어쩌란 말입니다. 다른 새로운 생각이 샘솟고 쓰고 싶은 게 많은걸요.


여기서 갑자기 '자만추'(자연스러운만남추구)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만남이 아니라 글쓰기이므로 '자글추'(자연스러운글쓰기추구)가 되겠군요. 그러나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결혼을 못한다고요?"


네 연애의 목적이 결혼이라고 한다면 글쓰기의 목적은 출간이지요. 그런데 자만추를 고집하다가는 결혼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보다는 인만추(인위적인만남추구)나 아만추(아무나만남추구)가 오히려 결혼, 즉 출간에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자만추는 알고 있었는데 인만추가 아만추가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는 것은 안비밀입니다)


요즈음 프로필에 출간작가 타이틀이 많아서 부럽기도 한 것이 사실입니다. 자만추였던 인만추였던 하여튼 결혼에 성공한 작가들이지요. 그런데 제 글쓰기의 목적은 아직까지 결혼은 아닌가 보네요. 인만추나 아만추도 아니고 아직까지 자만추를 고집하며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도 브런치라는 결혼정보회사의 키워드에 맞추지 않고 내 마음대로 글을 쓰기로 합니다. 브런치에 길들여져서 아직 출간작가라는 기혼작가가 되긴 원하지 않거든요. 내 마음대로 내키는 데로 글을 쓰고 연애만 하는 미출간작가, 미혼작가이고 싶은 것이지요.


그러나 연애가 쌓일수록, 즉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자연스레 글들의 주제와 키워드도 모여 가겠지요. 결혼할 결심은 인만추를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랑이 쌓이다 보면 그 추억이 연결연결 되어서 결국 결혼이라는 결실로 출간하고 싶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자꾸 뜨는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50인의 새로운 결혼할 결심한 작가를 기다립니다'의 광고에 한편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는 됐구요 구냥 냄 맘대로 쓰렵니다."


그래도 몰라요, 몰래 연애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선언하는 것이 결혼이니까요.

그리고 말하겠죠 "나 아빠가 되었어, 어 책을 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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