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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26. 2022

당신의 요리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프로필 이야기

어렵게 읽고 쉽게 쓰거나 쉽게 읽고 어렵게 씁니다.

맛있는 요리나 요리법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만 요리 이야기 아닙니다.

'요리하기'와 비슷한 '글요리' 이야기이지요. 취향에 맛은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필 이야기를 하려다 요리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요리와 무척 닮았기 때문이지요.


'어렵게 만들고 쉽게 먹거나 쉽게 만들고 어렵게 먹습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의 특징은 특별히 레시피를 보거나 식재료를 계량하지 않고도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낸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특별한 재료를 쓰지 않아도 말입니다.


요리를 직접 해 보니 집 요리 실력의 차이는 훌륭한 식재료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먹고 남아도는 식재료를 어떻게 조합해서 요리로 탄생시키냐가 관건이더라고요. 최고급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면 요리 실력이 부족해도 어느 정도 맛이야 보장되겠지만 식재료가 그렇지 않아도 맛을 내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라 할 수 있지요.

어머니의 요리가 그렇습니다. 대충 쓱싹 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맛있습니다.


또 하나의 건은 시간입니다. 요리를 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저녁 여섯 시에 요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식사는 아홉 시에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진정한 요리사는 그 시간을 단축하는데 비법이 있습니다. 물이 끓고 있어도 당황하지 않고 도마질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레인지 3구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고 계량하지도 않고도 가슴이 시킨 데로 양념을 자신 껏 뿌려 주어야 제시간에 요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에 보면 남는 식재료와, 제한된 시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충족하며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는 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요.


요리는 그렇게 못하지만 글은 그렇게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냥 일상의 소재를 가지고 계량치 않고 뚝딱 글한편을 써 내려갈 때 기쁨이 더 느껴지지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몇 번씩 고쳐 쓴 글이 오히려 맛없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글요리도 여러가지여서 아침에는 빵 같은 글을 쓰고, 점심에는 면 종류의 글을 쓰고 싶고, 저녁에는 밥 같은 글을 쓰려고 하지요. 물론 중간에 마시는 커피 같은 글을 제일 좋아하긴 합니다. 쿠키가 곁들인 글은 더욱 좋고요.

그래서 글도 뭘 먹으면서 쓰면 더 잘 써지더라고요. 먹는것과 비슷한 글을 쓰기도 합니다.


글요리는 독자들이 읽어 주고 좋아해 주면 더 기쁘겠지만, 보통은 자급 자족의 요리입니다. 지금 장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먹어 보고 맛있으면 좋을 매일 차려먹는 밥 같이 글을 쓰는 것이지요. 남들도 맛있다고 하면 더 신나겠지만, 먹다 남겨도 그냥 제가 다 먹으면 되니 괜찮습니다. 그러니 요리를 부담 없이 뚝딱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인스턴트식품이나 맨밥에 시시하게 먹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글을 베껴 오거나 인용해 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고요. 직접 요리한 것이 아닌 사다가 접시만 바꾸어 차린 글들이 아닌가도 유심히 살피지요.

혼밥이라도 첩 반상은 차려서 글을 쓰고,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고 남들 하는 데코도 다 하기 위해 사진도 멋진 걸로 꼭 하나는 올리지요. 알고 보니 까다로운 식습관이었네요.


그러나 요리를 못한다 해도 괜찮습니다. 배고프면 다 맛있는 법이니까요. 특히 남이 요리해준 음식이 맛있으니 글을 꼭 쓰는 것이 아니라 읽기만 해도 맛있습니다. 그렇다고 별 다섯 일류 요리사의 요리와 내 요리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직접 요리를 해 보면 어떨 때는 내 음식이 더 맛있는 듯 하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고요.


요리책만큼 글쓰기 책도 많은 것 같지만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맛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도움은 될 수 있지요. 그러나 요리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펀 입이다. 일찍이 대장금 선생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고 하면서 그냥 글을 쓰지요.


그러나 확실히 요리와 글은 해 볼수록 느는 건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요리처럼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많이 안 해봐서 그렇지요. 요리에서는 칼질로 손이라도 벨 것 같이 위험한 것 같지만, 자꾸 해보면 칼이 손에 착 달라붙는 것이 칼질의 묘미를 느낄 수 있지요. 글질도 마찬가지여서 이게 뾰쪽하고 누구 찌를 것 같은데, 자꾸 써 보면 머리가 쓰는 건지 손가락이 쓰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예요. 특히 요리에서 계란을 한 손으로 깨는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계란 몇판은 깨 보면 자연스러워지는데 글쓰기도 계란 몇판 깨기가 필요한 듯 하지요.


그래도 정 음식 맛이 안 나는 것 같으면 데코를 잘하면 됩니다. 좋은 접시에 담고 거기에 깨를 살살 뿌리거나 하는 것이지요. 글도 데코가 잘 된 글이 인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글에 웬 사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저도 데코에 신경을 쓰느라 글 쓰는 시간보다 사진 고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도 있지요. 사진인지 글인지 알 수 없는 글들도 많지만 오히려 그런 음식점이 맛집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어렵게 쓰는 편은 아닙니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맹세나 그런 것은 하지 않는 편이지요. 그냥 밥 먹듯이 배고프면 글을 씁니다. 글을 안 쓰고 간헐적 단식을 하기도 하고, 아프면 밥이고 뭐고 싸매고 누워 있듯이 글이고 뭐고 던져 버리고 잠만 자기도 하지요. 그러나 "먹어야 보약"이라 했듯이 글을 쓰면 마상(마음의 상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글은 "써야 보약"인 것이지요.


그러나 쉽게 쓰려고 하지만 어렵게 읽은 글을 바탕으로 합니다. 엄선된 식재료를 바탕으로 요리의 대가들이 만든 책을 맛보고 이책, 저책, 이맛, 저맛, 영감을 얻으려 하지요.

책도 많이 고급 요리를 먹어봐야 입이 고급이 된다고요.


그런데 "디서 짠맛이 나지 않나요?" 생각보다 오래 글을 쓰고 있다보니 글이 뿔고 쫄아서 그런가 봅니다. 얼른 글에 물을 타 봅니다.


단짠단짠 달고 짠 글들을 번갈아 가며 씁니다. 때로는 싱겁게 기도 하고 블랙 커피마냥 쓴 글을 쓰기도 하지요.

알고 보면 글이 아니라 요리에 더 소질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요리도 많이 해 보긴 했습니다만 글도 요즘 많이 해 봅니다. 그래서 남은 요리가 늘어가네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맛없어도 제가 다 먹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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