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Oct 14. 2022

야구에는 관심이 1도 없습니다만, 응원하는 팀도 없고요

프로야구팀에 집착하는 이유

가을 야구 시즌이 개막하였나 봅니다.

계절로 가을 이맘때 즈음 프로야구가 포스트 시즌이 열린다고 해서 가을 야구라고 부르지요.

그래서 어느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을까요? 1위는 어느 팀이 했고요?

모릅니다. 1도 모릅니다. 전혀 모릅니다.

왜냐하면 프로야구에 관심이 1도 없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에는 그래도 마스코트가 귀여워 잠시 프로야구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그 기간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느 팀 팬이에요?"라고 물으면 이것은 혈액형이나 요즘 MBTI처럼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처럼 대답을 해야 했지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서울 연고팀 정도로 얼버무렸던 기억이 닙니다.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이 응원하는 프로야구팀이 누구나 정해져 있어서, 팀이 없다는 것은 아주 이상해 보이는 일이었거든요.


이 프로야구팀에 대한 사랑은 유달리 강했던 분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두산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이슬만 마시고 처음처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참이슬이 하이트 진로로 넘어간 지금, 그분은 어떤 소주를 마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어떤 상사분은 모 팀의 팬이었는데 아마 지역적 연고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그 팀은 경기에서 자주 지는 팀이어서 그 팀이 패배한 다음날은 그 상사분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다들 결제받기를 꺼려하였지요.


지금 생각해도 프로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입니다. 프로야구 말고도 유럽에서는 축구에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한다는데, 한 교수님께서는 그 이유가 바로 '내기'나 '도박'을 하기 때문이라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러면 이해가 갈 수도 있습니다. 돈을 걸었는데 돈을 건 팀이 승리한다면 휘파람을 부를 만한 일이지요. 그런데 패배한다면 화가 나서 막 때려 부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돈을 건 것도 없이 응원하는 팀의 승패에 일희일비하더라고요.


스포츠는 고대의 전쟁의 개념이 경기의 개념으로 들어온 것이지요. 그래서 응원도 그렇게 죽자살자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떤 팀에 소속되고 싶은 소속감의 발현일 수도 있고요. 본능적 승부근성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스포츠에 1도 관심이 없는 한 사람으로서는 그러한 마음이 이해는 가면서도 동조는 잘 되지는 않는 것입니다. 다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주기 위해 팀과 선수 정도는 기억하고 승패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면서도 장단을 맞추는 것이지요.


주말에는 본격적인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이 계속되겠네요. 가끔은 야구경기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거기에 다소 몰입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거기에 한껏 감정이입되셔서 팀이 이기고 있으면 즐거워도 하셨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역시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 듯 보였었지요.


뭐 어느 팀이 이기면 어떻습니까? 보면서 즐겁고 응원하는 선수가 잘하면 그것도 즐거움이겠지요. 야구장에서 먹는 치맥도 맛있긴 맛있더라고요. 그래도 무승부는 재미없지요. 스포츠는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니까요. 그것이 실력이든 체력이든 운이든 말이지요.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현실도 그렇습니다. 현실에서는 항상 지고 있어서 스포츠에서만이라도 내 팀이 이겨주었으면 하는 강한 바람일까요?


그런데 이렇게 승부욕이 없는 것은 비밀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승부욕 충만히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이들 사이에 몰래 끼어든 작은 팬을 굴리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쉿!

매거진의 이전글 속옷만 입고 밖에 나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