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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17. 2022

브런치는 내 글을 계속 믿고 맡길만한 곳일까?

브런치가 돌아왔다

자려고 하는데 브런치가 돌아왔습니다.

아주 절묘한 시점입니다.

그제 낮에 집을 나가 어젯밤에 무단 외박을 하고도 모자라 자정이 넘어서야 모두들 잠든 틈을 타 담을 넘어 몰래 돌아온 것입니다.


모두 잠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너 딱 걸렸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 같은 것은 한 마디도 없습니다. 하긴 나가서도 전화 한 통 없었지요. 카톡이 먹통이었다고는 하지만 손가락이 부러지지 않은 이상 사과 문자 하나라도 남겼어야지요.


집을 나가 무단외박을 해 놓고도 얄밉게 변병도 한마디 늘어놓지 않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고는 하지만 어디서 헤매다 왔는지 피곤하다며 오늘 밤은 그냥 자겠다고 하네요.

환장할 노릇입니다. 어디 가서 바람을 피웠는지, 놀음을 하였는지, 밤새 술을 퍼마시고 어디에 뻗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다행히 들고나간 글문서는 어디다 팔아먹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글들이 온전히 제 자리에 있는 것을 보면 딴 남자나 딴 여자가 생겨서 덥석 다 쥐어주었거나, 놀음판에 올인으로 걸었다가 다 날리거나, 불량배를 만나 통째로 뺏기지는 않는 듯하네요.

모르죠 내일 아침 빚쟁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글은 다 담보 잡혔다며 글문서를 내놓으라고 할지도요.


글쎄요 지금으로서는 그래도 집을 나갔다가 어디라도 흠씬 두들겨 맞고 한 군데가 부러져서 온 것이 아니라  너무 온전히 돌아와 반가운 마음이 앞서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렇게 뻔뻔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안한 생각도 없이 자리로 기어 들어가 눕는 꼴을 보니 열불이 납니다.


야단을 치고 밤새 벌을 새워야 할지, 몽둥이찜질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오늘 밤은 기다리다가도 지쳤으니 잠을 이루고 기운을 차려 내일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PS : 사과 공지가 뜨고 출판 프로젝트도 연기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너무 늦은 공지와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에 비하여 중요도가 한참이나 밀린 듯한 인상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글을 그리 중요하지 않게 대하는 민낯을 새삼 확인하게 된 것 같은 씁쓸함이지요. 여기에 글을 맡기는 것이 믿을만한 것인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잃어버린 며칠이 몇 년이, 아니 영영이 되어 모든 글이 다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고 여겨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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