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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12. 2022

날로 먹은 변호사는 좋겠지만 때론 익혀 먹어야

feat 천원짜리 변호사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끝을 맺었네요.

이 드라마는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날로 먹은 1,000원짜리 변호사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호를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전작'과 비교해서 그렇지요.

여기서 '전작'이라 하면 남궁민, 김지은이 역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뫼비우스 검은태양'이란 드라마를 말합니다.

검은태양 / 김지은 남궁민

여기서도 두 주인공의 케미가 썩 괜찮았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다시 짝으로 나와 그런 케미를 기대했었거든요. 남궁민이 항상 능숙한 베테랑의 이미지라면은 김지은은 항상 똘똘한 신입의 역할이지요. 저 같아도 곁에 두고 싶은 똘똘이 신입이지요.

천원짜리 변호사 / 김지은 남궁민

그런데 천원짜리 변호사가 날로 먹은 듯 보이는 이유는 전작에 비하여 훨씬 발랄하고 쉽게 가기 때문입니다. '검은태양'에서는 항상 거의 죽다가 살아나고 배신과 음모 속에 두 주인공이 의심과 협력을 반복했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내편, 변함없이 아주 편안한 관계이지요.

검은태양 / 남궁민

게다가 '검은태양'은 드라마의 역할에 맞는 몸을 만들겠다고 뼈를 깎는 운동으로 근육을 키웠던 남궁민의 살신성인이 눈물겨웠던 드라마였지요. 하지만 시청률은 상대 드라마 '원더우먼'맥없이 밀리고 말았습니다.

원더우먼 / 이하늬

그때 시청자들이 복잡하고 어두운 것보다 경쾌하고 밝은 드라마를 선호해서 그렇다고들 하였지요. 개인적으로는 '검은태양'이라는 드라마가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듬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고 좀 편하게 가자는데 어쩌겠어요.


아무리 남궁민이라 해도 열심히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고 기대를 갖고 전력 쏟아부어도 안될 때는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그 대신 근육을 쫙 빼버리고 다소 경박하고 쉽게 가도 될 때는 되는 법이더군요.

천원짜리 변호사/ 케미

뭐 글쓰기도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을 잔뜩 주고 쓴 복잡하고 어두운 근육질의 글보다 경쾌하고 밝은, 다소 경박하기까지 한 글이 날로 먹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날로 먹었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지 경쾌하고 밝았기 때문이 아니라 남궁민과 김지은이 전작 '검은태양'에서 닦은 케미가 깊었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비록 근육은 쫙 빼버리고 나왔지만 연기력의 근육은 빠지지 않고 깊이 새겨진 것이지요.


드라마도 글도 힘을 잔뜩 주고 전력을 다 해 써도 폭망 할 수 있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것보다 밝고 경쾌한 것을 필요로 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내공이라는 근육이 있으면 그만큼 언젠가 날로 먹는 날도 있을 거예요. 이번 드라마처럼요.


어쩌다 날로 먹으면 어둡고 무거운 것은 할 수 없지만 어둡고 무거운 내공이 있으면 밝고 경쾌한 것은 더 쉽게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맨날 이렇게 날로 먹고 싶지만 그래도 어렵게 익혀 먹는 맛을 따를 순 없지요. 글도 좀 그만 날로 먹고 점점 익히는 게 필요하긴 합니다. 귀찮다고는 그만하고 불을 피워 익혀 볼 수 있으려나요? 더 깊은 맛이 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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