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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Dec 04. 2022

어둠의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

feat 웬즈데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문득 학창 시절의 잊었던 별명이 하나 떠오릅니다. 그 시절에는 왜 그리 이름을 부르지 않고 죄다 별명으로 불렀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별명을 짓는 일에 진심이었는지 참으로 많은 별명을 지어대 하였습니다.

이렇게 별명을 지어서 불러댔으니 또한 반대급부로 별명으로 불릴 수 밖에 없었지요. 그중에 하나가 이 드라마를 보며 기억난 '몬스터'라는 별명입니다.


그렇다고 외모가 몬스터스럽다고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그보다는 얄상한 귀공자 타입에 훨씬 가깝거든요. 더군다나 어릴 때였으니 말해 뭐 하겠어요. 방금 코가 길어져 커피에 빠진 것 같은데 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요? 여하튼 별명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연관과 이유도 없이 이름을 대신해 부르며 깔깔거리곤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의 저런 어두운 이미지의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왜 별명이 몬스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웬즈데이 가족

그러나 뜻밖의 별명을 기억나게 해 준 이 드라마의 캐릭터는 정말 몬스터스럽습니다. 딱 봐도 어둡고 괴기스러움의 가장 큰 이유는 팀 버튼이 만든 작품이라 그렇지.  버튼은 가위손을 비롯하여 배트맨, 찰리와 초콜릿 공장, 크리스마스 악몽, 이상한 나라의 리스 등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의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아주 선호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이번 드라마는 "팀 버튼이 팀 버튼 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괴기를 넘어서 흥미 발랄스러웠다 할까요.

웬즈데이 / 제나 오르테가

그 배경에는 웬즈데이(제나 오르테가)라는 어둠의 캐릭터에 있습니다. 키는 작고, 깡 마르고, 절대 소통하지 않는, 음울한, 암흑 그 자체인, 포옹 거부, 가족 거부, 친구 거부, 나홀로 캐릭터인데 어쩐지 사랑스럽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항상 토를 달고, 인정하지 않으며, 은유와 비틀림의 말을 구사하지만 그 빠르게 맞받아치는 대사는 마치 시처럼 들리는 기괴한 사랑스러움이지요.

이 캐릭터의 압권은 절대 웃거나 울지 않는 무표정에 가까운 표정연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강렬한 캐릭터가 단 한번 울고 웃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씽'이라고 하는 반려동물 급 잘린 '손'이 칼을 맞아 거의 죽게 되었을 때 눈물을 한번 보이고, 자신의 세계관을 모두 이해하는 듯한 삼촌을 만났을 때 딱 한번 미소 짓지. 그 외에는 모두 100% 카카오 다크 초콜릿, 아니 100% 무표정 다크 캐릭터요.

웬즈데이 삼촌

반면에 웬즈데이의 룸메이트는 러블리한 캐릭터네요. 검은색 계열의 만 입는 그녀와 달리 룸메는 컬러풀 패션에 웃고 울기를 반복하는 하이 텐션 캐릭터라 다크에게는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가 끌렸던 학창 시절의 억을 되살려 보면 어두운 기운을 중화시키는 무지 같은 친구가 분명합니다.

웬즈데이 룸메이트

그렇다면 왜 이러한 어두운 캐릭터에 리는 것일까요? 그것은 세상이 어두워서 그럴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두운 시대에는 어둠의 캐릭터가 더 끌리는 법이거든요.

드라마에도 웬즈데이에게는 항상 위협하는 정체모를 사건이 등장합니다. 그러한 어둠의 세상에서 아무리 어려움과 잔혹과 공포가 넘쳐나더라도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오히려 죽음과 함께하겠다 무표정함으로 맞서는 그 어두운 모습이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특히 다크 첼로를 켜며 어둠을 연주하며 모습은 이 캐릭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움을 모두 빨아들여 삼켜버릴 듯한 암울하고도 아름다운 첼로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암흑시를 짓고 싶어지거든요.


이 어둠의 캐릭터도 빼놓지 않고 다른 일에 절대 양보하지 않고 하는 일이 있으니 매일 한 시간씩 앉아서 글을 쓰는 것입니다. 아마 그 글이 이 드라마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어둠의 캐릭터라! 어두운 세상에 매력적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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