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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행복했더라면 이 시는 쓰지 않았을텐데

feat 풍선껌

by Emile

조그만 더 행복했더라면

이 시는 쓰지 않았을텐데


행복의 게이지가 저만큼 올라가고 있는데

시를 왜 쓰고 앉아 있겠어

밖으로 나가 행복한 현실을 즐겨야지

인스타에 올려서 자랑해야지

행복에 목마른 것들 배 좀 아프라고


그러고 보면 시는 결핍으로 쓰는 것

글들에는 왜 그리 아픔이 묻어나는 것인지

이제야 알겠어


그래도 행복이 부족하다고만

투덜대고 있을 순 없어서

불행을 노래해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수만 없어서

시를 연주해


오늘 조금만 더 행복했더라면

이 시를 쓰지 않았을텐데


그 조금이 모자라서

다행이지 뭐야


시를 떠올려버렸으니

구멍난 마음이 조금 아물어드니


시를 껌처럼 되씹으며

풍선을 불고

잠시를 버텨


단물 금세 빠지고 나면

씹다 뱉을 시었다고 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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