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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14. 2022

수능이, 군대가, 회사가 가장 쉬웠어요

인생이란 시험을 통해 얻은 조각들

이번 주는 무조건 추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수능이 있는 날은 왜 그렇게 추웠을까요?

인생의 찬 맛을 보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냉혹한 현실 입문의 첫 초대장이라고나 할까요?


살아보니 수능은 가장 쉬운 시험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긴장되고 가장 중요한 시험이었음에는 분명했지만 그 이후로 치르는 시험에 비하면 난이도 최하의 시험이었지요. 수능만 끝나면 시험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었습니다. 정말 수능의 추위는 인생의 찬 맛을 살짝만 보여준 예고편에 불과했을 뿐 본편에는 어마어마한 디멘터(해리포터에 나오는 아즈카반 감옥의 간수)가 냉기를 뿜으며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냥 그때 대 놓고 "이 시험은 너희들의 인생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엄청난 오징어 게임이 기다리고 있거든"이라고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면 그리 긴장하지 않았을 텐데요. 아, 그때는 오징어 게임이 나오기 훨씬 전이었군요.


그것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군대에 가서였습니다. 그때 처음 말했지요 "수능이 가장 쉬웠어요"

국사책에서 배운 부역이 이런 것이구나를 제대로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노예제가 폐지되어서 정말 다행이었음을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지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필요한 순간이었지요.


그런데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직장에 들어가니 기쁨도 잠시, "군대가 가장 쉬었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본격적인 오징어 게임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이 것은 죽거나 또는 456억을 벌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게임처럼 보였거든요. 아니요 게임이 아니었지요. 세계 3차 대전의 현장이었지요. 군대에서는 실제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실제로 매일 총알과 포탄이 떨어지고 피를 흘리는 환자들이 넘쳐났지요.


그러나 회사를 나와보면 또 알게 될 것입니다. "회사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외치게 될 것을. 유기견이 불쌍하다고 여겼다면 오산입니다. 자신이  유기견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머지않아 깨닫게 될 것이니까요. 전쟁에서 마침내 벋어났더니 밖에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을  몰랐던 것이지요.


뭐 이리 인생의 시험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는 것일까요? 그 난이도의 끝은 어디일까요?


그런데 수능에는 정답이라도 있지 인생의 시험에도 정답이 있습니다. 엥! 오타 아니냐고요?'인생에는 정답은 없다'정답 아니었냐고요? 그랬다면 당신은 주입식 교육에 따라 지금껏 오답을 찍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답을 맞힌 것 같은데 점점 더 힘들어진 이유이지요.


인생에는 정답이 있어요. 다만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답을 알려주지 않은것 뿐이지요.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고요. 더 어렵게!


그런데 정작 인생에서는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오답에 등급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 중요한 핵심입니다. 예상 출제 문제이니 밑줄쫙!(옛날 생각나네요)


수능 시험에서는 정답이 아니면 다 틀린 답이니 모두 0점이 되지만 인생이라는 시험에서는 0점이 아니라 -(마이너스) 오답으로 처리됩니다 게다가 각 오답마다 -(마이너스)되는 점수가 각각 다르지요. 그러므로 모두 0점으로 처리되었던 수능이 오히려 쉬웠던 이유이지요.


그래서 삶의 시험에서는 정답은 맞추지 못해 최적의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점수가 덜 깎이는 오답을 잘 찾아야 하는 난이도의 문제가  출제됩니다. 


틀린 답을 고르더라도 조금 틀리느냐, 왕창 틀리느냐에 따라 완전 결과가 달라지거든요. 그렇게 수능처럼 조삼모사(조금 모르면 3번 모르면 4번)로만 찍으면 -100점짜리 오답을 한방에 맞고 이망생(이번 생은 망했어)이지요. 그러니 어려운 시험인 것입니다.


정답을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정답은 이 생의 시험이 끝날때 까지 절대 알려주지 않으므로 정답은 있되 당신은 아직 모르게 시험은 계속 행됩니다. 그러므로 전에 푼 시험문제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다시 생각해봤자 소용이 없지요. 그것은 시험이 끝나 봐야 알게 될 것이라서요.


어쩌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유는 최악의 오답을 고르지 않은 덕분이겠네. 가끔은 그랬을지라도 수능 이후 맞춘 몇 개의 정답이 있어서 총점이 아직 마이너스는 아니라서 그런 것입니다. 이 시험은 난이도는 계속 어려워지면서 총점이 0이 되면 끝나는 게임 같은 것이 것이거든요.


이렇게 많이 살았는데도 정답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사실 다음 시험 문제를 푸느라 무엇이 정답이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요. 다만 여러 번 시험에서 겨우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최악의 오답 겨우 피해나갈 수 있는 감 정도를 겨우 익힌 것이라고나  할까요.


"오늘이 가장 쉬웠어요" 인생의 시험 난이도는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오늘이 가장 쉬운 시험이지요. 인생의 시험이 끝날 때까지 답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 찍은 게 잘 찍은지도 모르고 몇점인지는 더더욱 알 수 없지요. 간혹 잘 찍어서 만회가 되기도 하고 최악의 오답을 찍어서 망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과욕을 부리기보다는 가장 오답이 아닌 것을 피해가야 하는 것이 이 인생이란 시험이지요.


"정말 수능이 가장 쉬웠다니까요"

"시험의 정답은 있지만 시험이 끝날 때 까진 알려주지 않는다니까요"

"시험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니까요"

"가장 최악의 오답은 피해가야 한다니까요"

"가끔은 찍어서 맞추기도 한다니까요"

"오늘이 가장 쉬운 날이라니까요"


이것이 인생의 시험을 통해 겨우 얻은 조각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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