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무조건 국물 있는 것으로!"
술을 먹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찌뿌둥 몸도 안 좋고 목도 컬컬하고 마음도 걸걸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힘든 날에는 국물 있는 것이 땡기는 것일까요?
"힘이 들면 체온이 내려가고 수분이 부족해 지기 때문에 국물이 공급되면 온도와 수분을 동시에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써 놓고 보니 과학도 아닌데 나름 과학 같이 보이기도 하네요.
과학적 증명을 위하여 자기자신을 대상으로 위험한 생체 실험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과학자였다면 많은 표본을 대상으로 실험과 설문을 동시에 진행하였겠지만 작가라면 단 한 번의 실험, 단 한 번의 감으로 알아내야 하는 것이 다른 점이지요.
일단 국물 있는 것을 먹습니다. 실험의 객관성을 위하여 국물의 종류는 밝힐 수은 없습니다. 다만 면이 들어간 종류의 국물이라고만 힌트를 드리겠습니다. "그렇다고 국물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국물을 먹는 실험 겸 건더기도 먹어야지요!
먼저 목구멍으로 흘러 넘어가는 "국물의 따뜻함과 부드러움!" 이 때문에 국물을 먹는군요.
"배속에서의 포만감과 따뜻함!" 국물은 배속에 들어가서도 다른 음식에 비하여 더 안식는 것 같습니다. 느낌만 그런걸까요?
국물을 먹으면서는 "호호" 불며 먹으며 "크흐"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오호라 소리를 내 뱉음으로 인한 힐링효과!"
국물은 또한 건더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지요. 가뜩이나 힘든 상황이라면 음식 넘기기도 어려울 텐데 국물이라면 더 쉬울 듯 하네요. 면이라면 그냥 국물과 함께 빨려 들어가지요. "호로록"
얼큰함은 국물의 풍미를 돋우긴 하지만 여기서의 연구 대상은 아닙니다. 매운 다른 음식도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는 있으니까요. 누룽지 같은 것은 얼큰하지고 않으면서 위로를 주는 국물이 있는 대표적 음식이 아닐까 생각이 닿네요.
어느덧 국물 한방울 까지 깨끗이 비우고 실험을 종료하기로 합니다. 국물을 마시며 난 미량의 땀은 국물의 효과에서 빼기로 합니다. 여름에 실험했더라면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거든요.
보고서의 결론은 국물은 건더기를 부드럽게 해서 넘기기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목넘김과 배에까지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전한다"라고 하겠습니다. 핵심 요소는 '부드러움'과 '따뜻함'에 있는 듯 하지요.
힘을주고 위로하고 부드럽고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면 국물 있는 글을 써야 할 듯 싶습니다. 목넘김이 부드러운 쉬운 말들과 배속에서도 따뜻함이 맴도는 것 같은 국물 있는 글 말이지요.
이제 국물도 먹었겠다 커피 한잔 해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커피도 국물 있는 음식이었네요. 국물이라면 기능은 똑같습니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부드럽게 하니 커피도 국물이 분명하지요. "이왕 주실 거 국물 인심답게 가득 좀 주시지" 그러고 보니 국물에는 항상 넉넉한 인심도 담겨 있지요.
이제 국물있는 것을 연거푸 먹었으니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힘들때 국물이 필요한 이유는 따뜻한 물에 몸은 다 담그지 못해도 거기에 속이라도, 마음이라도 담그고 싶어서겠지요.
ps 오늘 점심으로 먹은 면이 들어간 종류의 국물은 무엇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