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BOX에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고양이처럼
고양이는 박스를 보면 거기에 파고들어가 사족을 못쓴다고 하지요. 박스를 차지한 고양이의 모습에 어이없어 웃곤 하지만 실은 사람도 고양이만큼 박스에 들어가고 싶어 한 다는 것을 혹시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정말 고양이처럼 박스 안에 들어가 나오고 싶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자신이 전생에 고양이였나 의심되기도 하지요. 고양이가 되어 박스에 숨어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날은 말이에요.
박스 안이라면 무언가 포근하고 따뜻하게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줄 것 같은 기분이 들것 같습니다. 박스 안에서라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이 영역만은 절대 침범당하지 않을 듯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 듯도 하지요. 아마 고양이도 그렇겠죠?
박스 안에서는 또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어릴 적 박스 안에 숨거나 벽장 안에서 숨바꼭질 놀이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거나 박스 안에서 사람이 선물로 나오는 서프라이즈를 생각해 보았다면 사람도 고양이만큼 박스를 좋아하고 있던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고양이나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 사람은 더 이상 박스에 들어갈 수는 없지요. 박스에 몸을 숨기기보다는 박스 밖으로 나와서 이것저것을 살펴야 하고 박스 안에 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노출과 참견의 공간에 자리해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람에게 박스란 건물의 화장실 한켠, 집안의 방구석 정도, 커피숍의 테이블과 의자 하나 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홀로 캠핑을 가서 텐트를 치면 그리 좋다는 이들이 있고, 어디서나 박스 한 칸을 무엇을 하든 관여치 않고 커피와 함께 내어 주는 스타벅스가 맘 편하다는 이야기도 다 일리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다 박스가 좋아서 그런 것입니다. 어른 사람도 원래는 박스가 필요한 것이었고 박스를 좋아했던 것이지요.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사람도 박스 한 칸 가지고 싶고 그 안에서 쉬고 싶고 아늑하고 싶고 놀고 싶은 것이지요.
오늘따라 박스에 들어가 있는 고양이가 부러운 날입니다. 고양이처럼 박스 안에 들어가 있을 수 만은 없어 대신 마음 한 켠에 글로 박스를 세웁니다. 그러고 보니 글도 박스 안에서 써야 잘 써지는 것이었네요.
"쯧쯧 박스의 맛을 이제 알았냐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