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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26. 2022

사치하고 또 사치하라

은혜로운 초호화(luxury) 생활

사치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하는 것을 '사치'라고 합니다. 그러한 물건이나 생활에는 소비 급증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불건전 요인을 조정하기 위해 '특별소비세'라는 것이 매겨졌지요.


1977년 도입된 특별소비세에는 보석, 귀금속, 모피, 전자제품, 자동차, 커피, 청량음료, 휘발유 등의 품목과 카지노, 골프장, 경마장 등의 장소를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커피뿐만 아니라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도 사치스러운 생활이었다는 것이죠. 자양강장제도 특소세(특별소비세)를 매겼던 것으로 보아 힘들 때 먹는 박카스는 그야말로 예전에는 사치스러운 짓이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특별소비세는 2007년 '개별소비세'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됩니다. 너무 특별하게 취급되었던 것들을 완화하기 위해서 그랬나 보네요. 그래도 여전히 오락용 사행기구, 보석, 귀금속, 고급시계, 가방, 모피, 전자제품, 자동차, 휘발유, 담배, 경마장, 골프장, 카지노, 유흥주점을 사치품으로 보는지 세금을 매기고 있지요.


내에서는 그렇다 치고 국제적으로는 어떨까요?

유엔은 호화물품을 "호화(luxury)"의 사전 정의인 "습관적으로 호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필요 이상의 물품이나 서비스를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구매하는 것"이라고 하며,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되는 물품이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는 마이바흐와 요트 같은 고급 운송 수단, 보석, 시계, 크리스털, 레저 스포츠용품, 카펫, 도자기와 본차이나를 호화 물품으로 명시하고 이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1718호)에 적용하였지요.

이런 "호화 물품 수출입금지"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책이나 책을 읽는 것, 더군다나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이 사치 품목이나 호화 생활에서 빠졌는지 의문입니다. 책 읽기와 글 쓰기에 특혜를 주는 것은 일종의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이런 사치롭고 호화로운 생활에 세금도 매기지 않고 마음껏 누리라니요!


책을 읽는 것은 간단한 것 같아서 감옥이나 지옥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생활인 것 같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넘치는 시간과 마음의 엄청난 여유가 있는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고상한 행위이기 때문이지요.


삶이 풍전등화요 전쟁이요, 먹고살기 위해 바빠 죽겠는데 어디 책이 눈에 들어오나요? 또 먹고살만해도 마음의 엄청난 여유가 없이는 가득 찬 욕망을 채우기 위해 책 따위에게 읽고 있는 시간을 절대 나누어 줄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러니 한가로이 책이나 읽고 있는 자들, 얼마나 사치스럽단 말입니까. 


커피나 탄산음료는 잠깐이면 위로가 되는데 책 한 권 다 읽고 위로를 받으려면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에너지 절감을 위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한 것처럼 당연히 책 읽기에도 더 높은 특별소비세를 때렸어야죠.


더군다나 책을 읽고 있는 것도 모자라 글이나 쓰고 있는 이 행위, 이건 어찌할 것입니까? 이거야 말로 사치를 넘어서 호화 생활이 따로 없지요. 그 귀중한 시간에 옛날 말로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거나, 한 푼이라도 돈 더 벌 생각을 안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나 쓰고 있는 자들, 호화 생활자들이지요. 요트를 타고 놀고 있는 자들과 매한가지입니다. 이러한 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경제의 불건전 요인을 조정하기 위해 초호화 소비세를 때리지 않고 무얼 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책을 읽고 글까지 쓰며 힘들다고 징징대고 있지만, 특히 브런치에는 사치가 범람하고 호화 생활을 하는 세금 도둑이 넘쳐납니다. 국세청은 뭐 하는 것입니까? 특별 세무조사라도 필요하지요. 아니면 적어도 특별소비세를 매기거나 더 나아가 고급 스포츠카나 보석에 준하는 호화 소비세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오늘도 사치하고 더 사치합니다.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사치합니다. 세금도 어차피 없는데 사치로운 호화 생활을 누리지요. 어제 사치한 글을 썼는데 오늘 또 더 사치한 글을 씁니다. 명품 가방을 샀는데 신상이 또 사고 싶어지는 마음이 이런 것일까요? 그득 쌓인 사치품들을 보니 마음이 무흣하지요. 유행 지난 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허영을 또 부립니다.


남들에게 신상을 뻔뻔하게 보여 주며 은근히 자랑하지요. 그동안 사치해서 모은 글이 이렇게 많다고 초호화 생활을 뽐냅니다. 유엔이 이야기했던 "호화(luxury)"의 사전 정의와 딱 들어맞습니다. "습관적으로 호화로운 글쓰기 생활을 추구하고 필요 이상의 책을 읽고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글을 쓰는 것", 더군다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도 쓰이기까지 하니까요.


정말로 안되겠습니다. 세금뿐만 아니라 유엔의 제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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