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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an 21. 2023

다시 시작해요 우리, 사랑, 글, 그리고 그 무엇..

다시 새해를 맞으며

새해 첫날은 아파서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보내버렸으므로 설날을 새해라고 우기기로 합니다. 이렇게 새해를 맞을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짐이 양력도 세고 음력도 세는 서양에서는 누릴 수 없는 장점이지요.


새해 결심 작심삼일로 끝났어도 다시 한번 더 해 보라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금도끼 은도끼 신령님도, 램프의 요정 지니도 세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는데 새해를 다시 시작할 기회도 세 번은 주어야지요. 그래서 이번 설날이 지나도 만물이 소생하는 절기의 시작인 다가오는 입춘날을 또 다른 새해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우리에게는 아주 관대하게 싶게 세 번의 새해 시작의 기회가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기회는 년 단위의 새해뿐만 아니라 월마다, 주마다, 그리고 날마다 주어집니다. 시간의 흐름을 끊어서 굳이 나누고 있는 것은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차고 달이 기울고, 계절이 오고 가고를 떠나 매번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듯 하지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 다시 시작하라는, 그래도 부족하면 주말에 쉬고 다시 시작하라는, 달도 차고 기우는 것이니 교만커나 낙심말고 다시 시작해 보라는, 잎과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낙엽이 지고 죽은 것 같이 보여도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니 다시 시작해 보라는,  끊임없는 새로운 기회 말입니다.


그러므로 새해의 기회를 놓쳤다 해도 괜찮습니다. 설날이 주어졌으니 다시 시작하면 되고, 봄이 오면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계절을 따라 따스해지니 다시 시작하고, 보름달을 기다리며 다시 시작하고, 주말에 쉬고 다시 시작하고, 매일 아침 눈뜨고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그러고 보면 매 계절, 매월, 매주, 매일, 매 시간이 새해인 셈이지요. 그러므로 두 번째 새해를 맞아 다시 시작해요 우리, 사랑, 글, 그리고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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