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실험용 고양이었던 샴 고양이 '피타고라스'에 의하여 저술된 책입니다.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관점에서 기술된 책이지요. 인간이 아닌 고양이의 역사서인 셈입니다. 7백만 년 전 고양이의 첫 조상이 출현한 이래 7500년 전 인간과 동거하게 된 역사와 한때 인간으로부터 신으로 대접받다가 마녀 사냥을 당하게 된 탄압의 역사, 그리고 물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건너항해와 무역을 통해 대륙을 정복해 나간 고양이의 생존기가 흥미롭게 담겨 있습니다.
고양이의 스펙터클한 역사를 읽고 있는 인간으로서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의 식량으로부터 쥐를 퇴치하기 위하여 함께 협력하기로 한 역사에서부터 인간의 배신으로 인하여 탄압받고 불태워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살아남아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바로 고양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 점을 높게 삽니다. 개들이 인간에게 복종을 통하여 번영을 누려온데 비하여 고양이는 더 높거나 적어도 동등한 관계를 줄기차게 고수해 왔다는 점 말입니다. 그들은 진화를 거듭할 경우 인간을 넘어설 유일한 종족일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역사관에 아마 개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듯싶습니다. 이는 "인간을 제외한 2인자는 누구인가?"라는 논쟁을 충분히 불러일으킬만하지요. 그래서 상상해 봅니다. 지구에서 무슨 연유에서든 다른 동물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인간이 사라질 경우 다음 지배자는 누가 될지 말이에요. 인간의 충실한 동반자이자 인간에게 충직했던 개들이 그 유산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지요. 그러나 인간은 그런 유언장을 남겨 놓지 않고 어느 날 사라져 버렸습니다.
고양이들이 드디어 고고한 본능에서 깨어나 지구의 영유권을 주장하지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개들 밑에서 다시 자유롭지 않게 살 수 없다며 말입니다. '개검'이나 '견찰'과 같은 말이 생겨났던 연유를 부끄러워하라고 개들을 몰아붙입니다.그리고 이런 논리는 의외로 다른 동물들의 지지를 이끌어 냅니다. 개체수는 가장 많지만 가장 신음하고 있던 소와 돼지, 그리고 닭들의 지지를 얻어내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고양이는 백수의 왕 사자를 대신할 수 있는 리틀 라이언, 작은 사자의 이름으로 인간이 사라진 지구의 다음 지배자로 마침내 군림하게 되지요.
이야기를 지어내고 보니 뭔가 고양이 편양적이네요. 개들이 들으면 섭섭해하는 것을 넘어서 억울해하며 이의를 제기할 것이 눈에 선합니다. 개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은 없어요. 고양이뿐만 아니라 개들도 다 좋아해요. 더군다나 어떤 쪽도 기르고 있지 않고 있으니 매우 중립적이라고요. 하지만 이번에 읽은 건 고양이 책이니까요. 그리고 생각해 보니 고양이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오긴 했었네요.앞으로는 개 책도 읽도록 할게요.
고양이 역사에 대한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간결하고 담담해서 시크할 정도였지요. 고양이의 시각에서 펼쳐진 첫 번째 역사서라 그럴지 몰라요. 고양이의 세상이 온다면 좀 더 역사를 깊이 연구하고 보충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리고 한국의 고양이에 대한 역사에 대하여도 더 알고 싶어요. 한국의 토종 고양이는 어떤 종을 말하는 것일까요? 진돗개는 있는데 진도냥은 왜 없을까요? 중간중간 삽입된 고양이 그림과 사진들은 고양이스러운 즐거움을 주네요.
개인적으로는 고양이들은 지구의 종족이 아니라 먼 우주에서 왔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어느 날 우주선을 타고 인간의 별에 불시착한 것이지요. 이 지구의 동물이하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지요. 이제는 원래의 고양이 종족이 숨겨놓은 모습을 드러냈으면 좋겠네요. "지구인들 집사는 더 이상 필요 없다. 우리는 임무를 마치고 우리의 고양이별로 돌아간다. 개들이랑 행복하게 잘 살아라. 고양이가 없는 지구는 지루하기 짝이 없어 우리가 그립겠지만. 그럼 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