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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Jun 10. 2023

개나 고양이는 인간의 장례식장에도 가고 애도도 한다

feat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코끼리'라는 동물은 어릴적 관심을 확 끄는 동물이었습니다. 긴 코뿐만 아니라 부채 같은 큰 귀, 그리고 거대한 덩치는 이 세상의 동물과는 확연히 달라 보였지요. 그래서 점토로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빚어 보라는 미술시간의 과제가 주어졌을 때 주저 없이 코끼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점토로 만든 긴 코와 부채 같은 큰 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 몸통에서 떨어져 좀 애를 먹긴 했지만 완성된 코끼리의 모양은 아주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나지요.


그러나 코끼리는 가장 좋아하는 동물인데 반하여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니었습니다. 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코끼리를 본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뿐더러 동물원이나 서커스장에서 코끼리를 마주하는 것은 원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프리카나 인도로 코끼리를 보러 갈 정도도 아니었지요. 귀와 덩치가 좀 더 작은 인도 코끼리보다는 귀가 펄럭이고 덩치가 큰 아프리카 코끼리가 더 맘에 들긴 하였지만 아직은 아프리카 대륙은 밟아보지 못했으므로 눈에 그리던 긴 코와 큰 귀의 코끼리를 만날 일은 요원한 것이었지요.


다만 그 동안 코끼리에 대한 소식은 안 좋은 소식뿐이었습니다. 상아를 얻겠다고 코끼리를 마구 죽이고 상아를 밀수했다는 기사나 아프리카에서도 코끼리의 서식지와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불운뿐이었지요. 아프리카는 그냥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이 지배하도록 통째로 주고 싶었지만, 점점 더 아프리카도 인간의 대륙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다간 코끼리를 만나러 가기전에 코끼리는 매머드처럼 전설이나 상상의 동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코가 그렇게 길고 귀가 부채처럼 큰지 마치 상상에서나 존재하는 만화 속 코끼리 보로 기억 되는것 말이에요. 심지어는 그 큰 귀로 날 수도 있었다고 말이에요.

아기 코끼리 덤보

그래서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라는 책은 코끼리에 대한 동경과 안타까움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동물들의 '의례'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의례라 하면 '관혼상제'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장례를 치르고, 제사를 지내는 예법을 의미하지요. 인간은 동물에서 벗어나며 이 예법을 정례화합니다. 정례화 전에도 이 의례는 본능적으로 각각의 집안에서, 마을에서, 부족에서, 국가에서 나름의 의식이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장례에 대한 의례는 가장 오래되고도 본능적인 의례였을 것이지요.


동물도 특히 이 장례를 치룬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장례의 본질이 슬퍼하고 기억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동물에게나 인간에게나 본능적인 요소라고 할수 있습니다. 특히 그것은 한 공동체 안에서 그렇습니다. 코끼리와 같이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에게는 동료의 죽음의 의미가 남다를 것이고 코끼리도 흙이나 나뭇잎을 덮거나 곁을 한동안 지키고 다시 돌아본다는 점에서 이 행동은 '의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동물원에서 생활하거나 해서 이 '의례'를 배우지 못한 코끼리는 이렇게 흙이나 나뭇잎을 덮거나 곁을 한동안 지키는 '의례'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 '의례'는 그 무리에서 전해지는 '학습'된 약속임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의 관혼상제를 비롯한 장례라는 의례가 각 나라와 민족마다 각기 다를 수 밖에 없는 것과 괘를 같이 합니다. 각기 다른 공동체가  의례를 인위적, 아니 코끼리적으로 정한 의식이기 때문이지요. 


요즈음은 나이들었지만 성인이 영원히 되지 않고 결혼도 안 하고 제사도 잘 지내지 않지요. 그래서 의례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례'라는 점에서 인간이나 코끼리나 의례적인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태고적 본능의 의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 보다는 개나 고양이의 죽음을 더 슬퍼하고 개나 고양이도 반려 인간의 죽음을 더 애도하는 시대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먼 '의례'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이미 통합되고 있는 놀라운 의례의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코끼리도 장례식에 간다'라지만 "개나 고양이는 동료뿐만 아니라 인간의 장례식에도 가고 애도도 한다"라는 점에서 이 책은 그리 신비로운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장례는 처음부터 인간들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셈이지요. 오히려 코끼리를 비롯한 개나 고양이가 더 슬퍼하고 애도한다니까요.


그러나 저러나 인간들이여 탐욕으로 인해 코끼리는 그만 괴롭히고 코끼리가 자유롭게 '의례'하며 자유롭게 살 낙원이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란 코와 부채 같은 큰 귀가 전설이나 만화에서만 보는 모습으로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니까요. 코끼리는 역시 동물원이나 관광지나 서커스가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의 대 자연 속에서 마주할 때 가장 경이롭고 아름다울 테니까요. 코끼리가 부디 자유롭게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한줄 서평 : 코끼리가 부디 자유롭게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내맘 $점 : $$$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20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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