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을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살은 발라내고 먹고 남은 뼈만 쌓이게됩니다. 그런데 그동안 치킨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닭은 자연스럽게 그 뼈의 모양을 알게 되는 동물이기도 하지요. 돼지고기나 소고기는 아무리 먹었어도 전체적인 뼈의 구조에 대하여 그리기힘든데 비하여 그렇습니다. 기껏해야 갈비를 먹은 후 갈비뼈가 몇 대 붙어 있었다는 것을알 뿐이거든요. 그런데 치킨은 아무리 닭고기를 토막 내놓았어도 여기는 목, 여기는 날개, 여기는 닭다리라는 것을 남은 뼈만 보고도 알 수 있단 말이죠. 특별히 해부학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뼈가 아주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 치킨의 남은 뼈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한 책이 여기 있습니다. 처음에는 치킨의 진화의 역사라고 해서 닭 요리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완전 잘못짚었습니다. 닭을 튀기거나 끓이게 된 이야기는 없고 웬 닭을 뼈채로 발골해 놓은책이었으니까요. 그러므로 이 책은 요리보다는 조류학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닭을 더 이해하고 치킨을 더 잘 발라 먹을 수 있다는 데에는 요리책으로 봐도 무방하겠지만요.
한편으로는 발골의 행위는 다소 으스스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닭의 뼈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해체해서 먹어야 하는 것을 잘 안다는 것은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로서 육식동물임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니까요. 닭을 지저귀는 새의.한 종류로 보는 것이 아니라보는 순간 치킨을 떠올리며 입맛부터 다시는 엄연한 송곳니를 가진 육식동물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닭의 뼈와 살을 이해하고 먹는 것은 더 맛있고 효율적으로 치킨을 먹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줍니다. 하나의 덩어리인 닭가슴살은 날갯짓을 위하여 크게 발달했고 하나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그리 퍽퍽했나 봅니다. 그에 비해 닭다리는 여러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고 단련되어 더 쫄깃한 식감을 선사해 주는 것이었지요. 매운닭발을 좋아하는그녀에 이끌려 하는 수 없이 먹어봤던 닭발은 살은 거의 없는 콜라겐이었습니다. 그 밖에 치킨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닭의 머리나 내장에 관한 것은 이제 닭을 온전하게 이해 할 수 있는 요소였지요.
오늘은 치킨 말고 닭볶음탕을 먹었지만 여전히 뼈가 잔뜩 쌓여갑니다. 좀 섬뜩하지만 책을 읽고 났더니 뼈의 위치와 기능이더 훤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웃음이 나옵니다. 물론 맛으로만 따진다면 이런닭의 부검 의식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보다는 튀기거나 끓이는 것이 더 중요할테니까요. 하지만 뼈를 알고 살을 먹을 때 온전히 그 치킨과 일체가 될 수 있는 한단계 더 높은 경지에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기를 포기하고 인류에게 온전히 치킨과 닭볶음탕에다 달걀까지 내어준 닭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