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반지음)은 계속 가스라이팅 합니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해철벽남이 된 안보현(문서하)이었지만, 이번이 19번째 환생으로 천년 이상을 각국에서 남녀로 갖은 경험을 다해본 신혜선에게안보현쯤이야가스라이팅해서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껌이었지요. 더군다나 이번생은 신혜선의 외모와 기럭지로 태어났으니,대놓고 "사랑한다"고 들이대는데 누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전생을 기억할 수 없는데 전생이 있는 줄 어떻게 아나!"
다른 드라마에서 흔히 듣는 대사입니다. 그렇지요 '전생'의 최대 문제는 이렇게 '기억'에 있었습니다. 기억할 수 없는 전생은 그것이 있어도 없는 것이고, 없어도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있던 없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이정도면 가스라이팅
그런데 만약 전생을 기억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 전생 18회 차를넘어 19회 차 인생을전생을 기억하며 사는 이가 있으니 오늘 종영한 드라마 '이번생도 잘 부탁해'입니다.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전생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고대로 기억하여 다시 써먹을 수 있거든요. 드라마에서처럼 전생에 장군이었거나 외국인이었거나 댄서였을 경우 싸움도 여전히 잘하고 외국어도 까먹지 않아서 잘하고 춤도 저절로 잘 추지요.
그러나 단점도 있게 마련입니다. 우선 온전하지 못했던 죽음의 순간이 자꾸 떠오르고 전생에 인연을 맺은 이들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평범하게 전생의 기억을 끊어낼 수도 없이 계속 쌓여서 머릿속은 뒤죽박죽 천년 간 한 번도 포맷되지 못한 구형하드 디스크가 오류를 일으키게되지요.
웹툰이 원작인가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생'이 꼭 사람이었다고는 추정하지는 않습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긴 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환생해서 태어날 수 있는 정원(티오)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이들을 다 사람으로 환생시킬 수는 없을 것이거든요.
구 인간들의 환생뿐 아니라 이번생이 처음인 완전 신인간도 공급해야 하기에전생의 삶을 엄격히 평가하여 동물이나 식물로도 환생하게 해야정원(티오)가 맞는복잡한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입니다.
여하튼 드라마에서는 전생의 기억을 끊는 것을 선택하므로 전생의 기억 없이 온전히 현생에 집중해서 평범하게 살아가게 되는 쪽을 선택하게 되지요. 환생19회 차 만에 모처럼 마음에 드는 신혜선 캐릭터로 태어난 데다가, 남친은 안보현이 될 것이므로 이제 그만 환생을 멈추고 현생을 룰루랄라 할 확신이 들고도 남있을 것입니다.
문득 죽일 듯이 싸우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 그들은 전생에 아주 깊은 인연이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또전생과는 아주다른 반대의 현생을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죠. 예컨대 전생에서는 독립군으로 힘들게 살았는데 현생은 친일파로 재산을 물려받아 떵떵거리며 살거나, 전생은 공산당이었는데 현생은 극우 파시스트가 되어있는 경우도 있겠네요. 또한 이번 생에 신나게 거짓말을 하며 권력을 멋대로 휘두른 이들리 다음생에 사람으로 다시 환생하기는 힘들것 같다는 추론도 해 봅니다. 물론 동물이나 식물, 벌레 같은 것으로 태어나길 각오해야겠지요. 그래도 상관은 없습니다. 어차피 '전생'은 있다 해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더라도 현생에 너무 실망 말아요. 다음생 언젠가는 핍박받던 현생에서 핍박하는 환생으로, 떵떵거리던 현생이 초라한 환생으로 뒤바뀔 테니까요. 20회 차가 지나기 전 한 번쯤은 기럭지가 긴 신혜선, 안보현 같은 외모로도환생이 가능할 거예요. 그러므로 현생에 중요한 것은 다음생에 갑자기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로 태어나지 않도록 너무 무리하게 나쁘게 살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너무 떵떵거리고 그렇게 업신여기다간 앗! 벌레로 태어난다니까요. 그런데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니 그렇게 계속 행동할 뿐, 만약 기억한다면 지금과 같이 그랗게 오만하게 행동할리가 없지요.
그래서 드라마의 결론이 무엇이었냐고요?
사랑하는 지금 죽이려고 하는 누군가는 전생의 부모형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 좀 너무 무리하게 오만하지 말고 좀 착하게 살자라구요. 이번생은 글렀지만 다음생은 신혜선, 안보현의 기럭지로 될때까지 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