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이맘때쯤 여행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니 토이(Toy)의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 걸'이란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 노래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노랫말을 담고 있어서 어릴 적 애절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사랑했던 사람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에서 빛바랜 노래로 다가옵니다. 그 대신 여행의 사진을 보며 '내가 거기 잠시 갔었다 걸'이라는가사로 대신하여 불러 보지요.
내가 거기 잠시 갔었다는 걸
코로나 시국도 끝나고 장기 연휴도 주어진다고는 하지만 올해 해외로 여행을 계획하긴 어려울 듯싶습니다.그래서 대신 책을 고르지요. 그래요 이번에도 대안은 늘 그렇듯 책입니다.
"이번 휴가는 너로 정했다"
미술관 밖 예술여행
이 책을 펼쳐 들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시원한데서 책으로 눈요기를 한 후에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지요.
책의 크기가 큰 만큼 사진이 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예술가들의 캔버스가 된 지구상의 400곳이나 되는 곳이 그림처럼 소개되었는데 별로 가본 곳이 없지요. 이번 생에는 겨우 10%라도 채울 수 있으려나요?
그래도 몇 군데 있긴 합니다.그래서 겨우 "내가 거기 잠시 갔었다는 걸 기억해"라고 잊지 못한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지요.
책 내용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400명의 훈남이나 400명의 미녀 같은 책이지요. 사랑은 만나보고 확인해 보아야 하는데 책으로 만나는 사랑은 노래 가사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래도 훈남, 미녀를 화보로라도 보니 나쁘진 않습니다.
아직 400번의 사랑이 가능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바람둥이가 되겠군요. 하지만 여행이라면 기꺼이 바람둥이가 되어 이 나라 저 나라를 이곳저곳을 사귀고 돌아다니겠습니다. 짧은 사랑과 이별의 애달픔에 "내가 거기 잠시 갔었다는 걸기억해"라는 마지막속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