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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20. 2023

저도 해보겠습니다. 불륜!

feat 불륜의 심리학

장 동료인 두 사람을 동네에서 마주쳤을 때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은 남자고 한 사람은 여자였기 때문이었지요. 그게 무슨 문제냐고요? 남녀가 유별한 시대도 아닌데 같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결혼남과 싱글녀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주말이긴 하지만 낯선 곳이지만 같이 일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둘의 모습은 꽤나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손을 잡았는지 팔짱을 꼈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로에 모습에 빠져 웃음이 만연한 채 누군가가 맞은편에서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는 것조차 알아보지 못한 듯 보였으니까요.

사내 맞선, 불륜 아님

낯설고 충격적인 목격처럼 이번에는 다소 민망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불륜이라니요. 불륜책을 집어 드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불륜 중이거나, 불륜을 꿈꾸거나  불륜에 문제가 생겼거나, 이런 것 아닐까요. 그래서 불륜도 아닌데 조금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유가 불륜이라는 둥, 불륜으로 이혼이라는 둥, 대놓고 자극적인 불륜 글들이 넘쳐나니 그까짓 것,


저도 해보겠습니다 불륜!


일반적으로는 불꽃이 타다닥 눈이 맞아야 불륜도 시작되겠지만 머든지 책으로 시작하는 습성을 못 끊고 일단 불륜을 책으로 배우기로 하지요. 불륜의 심리를 잘 깨우치는 것이 아무래도 이 위험한 도박에 안전핀을 제공해 줄 테니까요. 더불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불륜의 스킬과 들키지 않을 불륜의 비책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불륜은 아무래도 일부일처라는 결혼 제도의 모순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왜 모순이냐?라발끈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강력하고 포괄적인 계약이 없기 때문이지요. 결혼의 서약은 청혼과 결혼 분위기 때문에 자칫 구속력 없는 로맨틱한 사랑의 고백으로 비치지만 실은 불륜을 절대 저지를 수 없다는, 아니 저지르면 거의 사형급에 처해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계약에 서명하는 것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 계약을 어길 시 살 1파운드를 떼어 주겠다는 계약에 버금가는 일일 뿐만 아니라 링컨에 의해 노예제는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상호간의 자발적인 준 노예 계약이지요.

 포괄적 종신계약

래서 는 오래전부터 이 종신보험, 아니 종신계약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이 계약을 기간제 계약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를 역설하여 왔습니다. 즉 10년이나 5년의 계약 후 여전히 사랑하고 행복할 경우 계약을 갱신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럴 경우 결혼 이후 횡행하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줄어들고 재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프로페셔널한 남편과 부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이었지요.


더군다나 이 결혼이라는 계약은 전혀 구체성이 없는 포괄적 계약이라는 면에서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위반과 제재에 대한 조문이 하나도 없는 뭉뜬거린 계약이라는 것이 더욱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 맹목적 계약에 서명한 이후 수많은 위반 사항이 생겼을 때 구체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도 위반의 범위도 불명확하게 됩니다. 그래서 소모적인 감정싸움에 치중하게 되고 허망하게 계약은 끝나게 됩니다. 별의별 법과 규칙을 다 만들어 놓았으면서 왜 이 중차대한 계약은 이리 날림으로 신경 쓰지 않았을까요? 결혼 계약서에 서명을 후 정신 차리고 나면 거의 사기 계약에 가깝다고 할 것이지요.

그림자 놀이

불륜은 바로 이러한 허점을 파고들어 발생하게 됩니다. 사기당했다는 것을 깨닫거나 적어도 불합리한 계약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보상을 찾게 되지요.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고 제재도 불명확하고 독점 계약 관계는 쉽게 무를 수도 없기에, 그 대신 사랑의 다른 거래선과 뒷거래가 횡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거래는 더 합리적이고 더 이익이  겨우 계속 유지되게 됩니다. 그것이 감정적이든 육체적이든 더 즐겁고 더 사랑을 느끼게 니까요.


그러나 이 포괄적 계약에는 무시무시한 독소조항 단 하나를 포함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걸리면 사형'이 바로 그 내용이지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어차피 내용이 없거나 에둘러 검은 머리 파뿌리, 파기 불가능한 종신 계약을 내포하고 있기에 이면에는 죽음으로만 이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는 단 하나의 문구를 담고 있으니, 이것이 곧 살아 있는 동안 계약위반 시 '사형'이라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입니까? 어쩌면 이 무시무시한 의미가 모든 세세한 내용을  뒤로 한채 포괄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약과 쾌락

그래서 불륜은 거의 마약급의 쾌락과 위험을 감수해야만 가능한 것이 되었지요. 마약이 그리 나쁜가?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하고 마약 하면 무조건 사형시키는 나라도 있듯이 불륜은 마약만큼 짜릿하고 마약만큼 위험것이라는 점은 서로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마약보다는 불륜을 택하는 이가 많지요. 마약은 국가에서 단속하지만 불륜의 단속은 겨우 계약 당사자에 한정되기 때문에 즐거움과 이익의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합니다. 더군다나 중독성도 덜하고 적어도 멀쩡해 보이거나 심지어는 불륜으로 인하여 훨씬 생기가 돌고 활기차게 보이기도 하지요. 그래도 여전히 위험은 있습니다. 실제 불륜으로 인하여 살기를 느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이 불륜이라는 마약도 완벽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약효가  떨어지고 만다는 치명적 단점인데요. 게다가 이 그림자 숨바꼭질 놀이에서 그림자가 꼭 그림자에 머물지 않고 본체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즉 내연남, 내연녀에 머물지 않고 꼭 밖으로 나서서 기존 계악을 해지 시키고 결혼계약에 이르고 싶다는 욕망이지요. 숨바꼭질 놀이에서 술래가 바뀌었을 때, 다시 결혼이라는 포괄 계약의 단점을 그대로 안고 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연남, 외연녀가 되어서 승리를 쟁취했다고 여기는 순간 또 다른 내연남, 내연녀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할 수 있습니다.


이쯤이면 이제 불륜에 대한 학습이 끝났습니다. 멀게만 보였던 불륜에 대한 개념이 정리된 듯하지요. 사례를 통해서 어느 선에서 멈추고 어느 점에서 타협해야 할지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불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취약점들도 다 파악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나고 유혹과 추파를 던지고 불꽃을 일의 킬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물론 위험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지요. 이제 실전만이 남았습니다.

파운더, 레이 크록

그런데 큰 소리는 쳐 놓았는막상 해 보려고 하니 참 피곤한 일입니다. 불륜도 참 부지런한 이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지요. 영화 파운더(The Founder)에서 보면 레이 크록(마이클 키튼)은 '맥도널드'란 브랜드와 회사만 빼앗은 것이 아니라 불륜을 작정하고 내연녀도 빼앗는 욕망과 열정을 발휘하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요? 비난 받아야 할 일이지만 그 열정 만큼은 대단해 보였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생은 그러한 욕망도, 돈도, 결핍도 주어지지 않은 듯합니다. 이 한 몸 사랑 하기도 버거운데 불륜이 가능할지 도대체 의문입니다. 즐겁고 짜릿해야 할 불륜이 일처럼 느껴져서야 안되겠지요. 결국 불륜의 마지막도 비슷하게 의무감만 남은채 불꽃이 꺼져가긴 하는같았지만요.

파운더, 조안 스미스

그런데 그 길에서 마주친 직장동료들은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요? 마주친 사실 자체를 부인하였지요. 그냥 저도 헛것을 봤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불륜도 사랑처럼 숨길 수 없는 것인지 말이 많아지다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더 내외하는 사이로 반전을 맞았지요. 그렇다고 사이가 나빠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후에 남자는 가정에 충실했고, 여자는 다른 남자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며 끝을 맺은 듯 보였습니다. 알고 보면 나만 일하고 다들 열심히 불륜 중인지도 모를 일이라는 교훈만 얻었지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늦게 만나는 사랑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매디슨 카운트의 다리'에서의 꿈같은 며칠간의 불륜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역시 불륜은 제 때에 끊어야 제맛이라은 것이 이 책의 결론인 듯합니다. 그 탈출 방법이 마지막 언저리에 자세히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동료들은 적절하게 탈출을 잘 감행한 셈이었네요.


불륜은 막상 저지르지 못했지만 불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초반 잠시 동안은 신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불륜을 꿈꿀 수 있을 만큼 이제 욕망과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요? 글쎄요 불륜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불륜에 대해 쓰기만 해도 지치네요. 아무래도 불륜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해보겠다고 해놓고 못해서 죄송합니다. 불륜!


불륜의 심리학

한줄 서평 : 과연 불륜을 꿈꿀만한 욕망과 열정이 이제 남아 있던가?(2023.08)

내맘 $점 : $$$

게르티 젱어, 발터 호프만 지음 / 함미라 옮김 / 탐나는책 (202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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