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이라는 것은 꽃병에 꽂아둔 꽃들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를 아무 때나 잘 읽지 않듯이 꽃을 꽃병에 꽂는 것도 잘하지 않는 행동이지요. 그렇지만 꽃이 꽃병에 담긴 것을 보며 왠지 마음이 환해지듯이, 시집을 손에 들고 있노라면 꽃다발을 든 것처럼 어색하면서도, 마음은 또한 환하게피아오르는것이 숨길 수 없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시집이 한권이꽂혀 있었습니다. 마음먹고 꽃을 산 것이 아니라 누군가 무심히 꽃병에 꽂아 놓고 간 것처럼, 이 시집 또한 무심히 손에 들어오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오랜만에 꽃병에 꽂힌 꽃송이를 보는 것처럼 마음이 싱그럽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집입니다. 인터넷과 블로그, 트위터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시들을 모은 책으로 시인의 이름을 잘 모르더라도 시구는어디선가 들은듯한 익숙한 문장이지요.
요즘은 트롯가수 '나태주'가 검색의 맨 앞에 나오는 까닭에거꾸로 시인 '나태주"가 TV에 출연하여자신이 트롯가수 아니라 시인이라고 말하는 사태를 보고 빵 터진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맨 앞에 있는 나태주는시인 나태주지요.
시인의 연세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시구들은 어찌나 젊은지, 여전히 사랑을 노래하는지, 아이돌 노랫말못지않습니다. 시란 마지막까지 사랑을 노래할 것이란 점에서 또한 꽃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꽃과 시에는 젊음을 유지케 하고 여전히 사랑을 노래케 하는 묘약이 들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시집을 읽었으니 그래도 시를 한편 뽑아 옮겨 봅니다.
그리움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요즘처럼 햇살이 너무 좋은 날 눈부신 하늘과 햇살이 물살에 부딪혀 반짝이는 광경은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운 마음이지요. 그 황홀한 순간을 '그리움"이라 말하지 않는다면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