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Sep 09. 2023

끌어당김에 대하여

feat 중력에 대한 거의 모든 것

어떤 끌어당김이 이 책과의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뉴턴의 사과처럼 이 책이 뚝하고 떨어져 내린 것 같았지요. 아니 그 보다 더 강하게 토르의 망치가 주인을 향해 날아와 척 붙는 것처럼 이 책이 자석처럼 빨려와 손에 그냥 척 달라붙었습니다. 끌어당김이란 그런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이것은 끌어당김, 즉 중력에 관한 책입니다. 아무리 중력을 이야기하고 있다지왠지 모르게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남녀 간의 중력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끌어당김이란 지구나 태양 같은 것보다는 남녀 간에 더 어울리는 일 같았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 낭만적인 문과적인 끌어당김이 아니라 이 책은 과.학.책. 지극히 이과적인, 물리학에 관한 책이었으니까요. 그러므로 남녀 같은 딴생각을 했다가는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지요.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문돌이 출신들에게는 과학은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지요. 요즘 유행하고 있는 초전도체 LK-99, 맥신도 투자할 생각은 아예 안 하는데, 그만큼 과학은 저쪽 다른 마법사들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책 몇 권 읽고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금기시된 일이었지요.

뉴턴애플

그래도 뉴턴과 아인슈타인은 훌륭한 과외쌤 입니다. 사과로 중력에 대해 아주 친절히 설명해주니까요.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사과나무에 대한 일화는 나중에 그 발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지어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요. 하지만 그런 비유로 인해 중력의 법칙이 명시적으로 이해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사과를 끼워 넣은 소설은 (브런치에) 얼마든지 써도 됩니다.

메롱슈타인

아인슈타인은 한마디로 뉴턴을 깨부순 사람이었지요.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 아무도 의심할리 없는 바이블이 되었을 때 중력 현상은 환상일 뿐이며 시공간의 왜곡이라는 사실을 상대성이론으로 순식간에 증명해 내었으니까요. 떨어지는 사람은 자신의 몸무게를 느끼지 못한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한 사고는 뉴턴의 사과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번 우주의 새로운 법칙을 발견해 냅니다. 그리고 보니 끌어당김이 아니라 떨어짐에 공통점이 있었구만요.

여기까지, 뉴턴과 아인슈타인까지의 이야기는 그래도 흥미진진하게 이해가 되었는데 랙홀과 빅뱅으로 접어들며 생각은 그야말로 암흑물질과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양자 이론과 끈 이론에 이르면 이 과학자란 작자들이 도대체 어디까지 소설을 써 나아갈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우주와 인간의 경계 그리고 신과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지요. 한 가지 좋은 점은 이 과학자들의 무한 스케일로 말미암아 인간세계의 일들이 무척 사소하고 시시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3차원의 세계에서 4차원의 세계를 넘어서 막 5차원 10차원의 이론으로 가고, 100만에 10억을 곱하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10의 500승 개의 해가 있는데 구독자와 좋아요 수 겨우 몇 백만 개는 의미도 없는 수이지요.


오랜만에 집중력을 높여서 책을 읽었더니 책을 읽는 맛이 납니다. 왜냐하면 까딱 잘못하다가는 이 책 속의 우주에서 길을 잃고 암흑물질이나 블랙홀에 갇혀 책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요. 한 편의 우주여행을 패키지 상품을 찾는다면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중력과 상대성 이론을 기초로 익히면 여행이 가능한 이 우주선에 탑승할만합니다.


다행히 책 읽기를 마치고 무사히 우주에서 돌아와 생각하길 끌어당김이란 태양과 지구 사이, 지구와 사과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사이에도 있다는 것이 문돌이의 중력 이론이지요. 뿐만 아니라 그 끌림은 사람과 글 사이에도 존재하는데 그 끌림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것이 문돌이의 상대성이론입니다. 그것을 이제 증명해 보려구요. 그런데 수학으로는 안 돼요. 그게 과학자와 문돌이의 다른 점이겠지요.


중력에 대한 모든 것 (가장 유명하지만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힘)

한줄 서평 : 끌어당김의 위대함 (2023.09)

내맘 $점 : $$$$

마커스 초운 지음 / 김소정 옮김 / 현암사 (2022.06)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거기 잠시 갔었다는 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