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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Sep 14. 2023

좋은 차를 더 향기롭게 하는 찻잔의 비밀

feat 스토리가 있는 앤티크 찻잔의 비밀

좋은 찻잔의 역사에 대해서는 지난번 '영국 왕실 도자기 이야기'에서 읽고 이야기한 바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다시 찻잔에 한 책에 눈이 갑니다. 이번에는 앤티크 찻잔에 관한 내용인데 찻잔의 세팅에 대하여 사진들이 많은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읽는다라고 보기보다는 거의 찻잔 세팅 사진들 구경하기에 재미가 있는 책이었지요. 그림만 봐도 될 정도로 글도 많지 않았구요.


전생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저런 앤티크 찻잔이 끌리는 것을 보면 전생, 혹은 전전생에 한때 귀족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차를 마십니다. 왕은 아니었겠지만 왕에게 옳은 소리를 곧잘 하거나, 왕위를 위협하는 귀족쯤 되었을터인데, 그러한 이유로 결국 귀양을 갔겠지요. 백성의 신망을 받긴 하였으나 왕이 되기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무도하고 잔악하게 반대파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화합을 도모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다행히 명백히 반란의 증좌도 없어 귀족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낙향하여 저런 앤티크 찻잔에 차나 마시고 시나 쓰면서 신나게 여생을 보냈을것이라고 전생을 마음껏 추측해 보는 것이지요.

찻잔 중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찻잔과 차받침 접시가 있는 세트를 좋아합니다. 이 조합을 듀오라고 부른다군요. 얼핏 생각하기에 찻잔을 받치는 차접시는 필요 없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특히 설거지라도 하는 입장이라면 이 차 접시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거리의 추가에다가 어줍지 않은 옛 귀족의 허영의 부산물로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찻잔은 모니모니 해도  접시에 받쳐 마셔야 제맛이지요. 조금 허영끼가 넘친다고 해도 어쩔수 습니다. 왜냐하면 이 듀오 차 세트는 상의와 하의를 완벽하게 갖춰 입은 것처럼 조화를 이룬 모습인데, 특히 차 접시는 넓게 퍼진 치마폭처럼 찻잔의 우아한 자태를 더욱 돋아 보이게 하기때문이지요. 게다가 찻잔이 흔들려도 차접시는 뜨거운 차가 넘쳐 떨어지는 것을 기꺼이 받아줄 만한 넉넉한 치마폭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니, 차받침 접시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접시는 또한 찻잔을 받칠 뿐만 아니라 따로 분리하여 쿠키 같은 식을 담는 용도로도 사용하였다고 하네요. 그러니 전혀 실용성 없는 허영의 산물이하고만은  수 없다고 변명하여 보것이지요.

원래는 찻잔과 차접시,  푸드 접시, 티 포트, 이렇게 네가지가 세트를 갖추어야 완벽한 티 웨어가 완성될 것 같지만, 차접시도 없이 머그잔을 주로 사용하거나, 밖에서는 일회용 컵에 차를 편하게 마시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요. 그러나 불편할 것을 알면서도 언젠가는 완벽한 티 웨어의 생활을 꿈꿉니다. 이것이 다 전생, 혹은 전전생에 귀족이었다는 막연한 환상에서 그렇습니다.

저의 서재놀러 오셔서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찻잔은 이번에 꽂힌 도트무늬 찻잔 세트를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 오면서 염두해 둘것은 특별한 이야기는 별로 없겠지만,  날로 흉폭해지는 왕정에 맞서 옳바른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다가 왕위를 위협한다며 갑자기 함께 귀양을 갈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전생에 아니 전전생의 기억에 따르면 그렇습이다. 그러면 또 신나게 차나 마시며 글이나 써야겠지요. 그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앤티크 좋은 찻잔을 차접시로 받치고 차를 마시며 글을 쓰는 것이라구요. 그러면 글이 더 잘써지겠지요. 마음이 찻잔만큼 더 우아해져서 그래요. 차받침 접시만큼 풍성해져서 그래요. 차 향기만큼 그윽해져서 그래요. 그래요.


스토리가 있는 앤티크 찻잔의 비밀

한줄 서평 : 좋은 차를 더 향기롭게 하는 찻잔의 비밀 (2023.09)

내맘 $점 : $$$

글 최성희 / 사진 이욱 / 중앙생활사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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