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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Dec 15. 2022

커피를 좋은 잔에 마시고 싶다는 욕망

feat 영국 왕실 도자기 이야기

명품을 두르고 싶다거나 슈퍼카를 몰고 싶은 욕망은 전혀 없지만 이상하게도 커피나 차를  괜찮은 잔에 마시고 싶다는 욕망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그것도 조금 좋은 잔 정도가 아니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 좋은 잔에 말이지요.

국립중앙박물관 / 세계도자기실

그래서 박물관에 갈 때면 특히 색감이 좋거나 무늬가 수려한 그릇들에 눈길이 가곤 합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전생 어느 즈음에 귀족이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전생에 즐겨 사용하던 찻잔이나 그릇이 이제 유리막에 덮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음을 보고는 분하게 여기곤 했지요.

국립중앙박물관 / 세계도자기실

아마도 이러한 욕망은 커피나 차를 마시는 단순한 잔이나 그릇을 넘어서 예술 작품을 물고 뜯으며 맛보고 싶은 욕망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입에 직접 대보고 커피나 차를 그 안에 담아 먹어보고 싶은 매우 실용적인  예술적 욕망까지 합체되어 빚어진 그나마 물질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허영의 욕구였던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 세계도자기실

것은 값비싸고 귀한 잔이며 그릇을 보통 손님 맞이용 행사를 위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지극히 자기 자신을 위하여 그냥 혼자 마시기에 필요한 잔이었던 것을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주관적인 욕망이 분명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 세계도자기실

물론 좋은 잔에 좋은 커피나 차를 마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믹스커피일지라도 좋은 잔에 마시면 더 맛있을 것 같고 만족스러운 욕망이랄까요. 안에 담긴 것이 아닌 겉으로 드러난 것에 마음을 뺏긴 것을 보면 허영임이 분명하지만 그런 것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그런데  소박한 바람은 명작 그림이나 예술품과 마찬가지로 여느 찻잔처럼 손쉽게 손에 쥐고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 문제지요. 원하는 찻잔은 분명 박물관에나 있거나 명품, 슈퍼카 못지않게 흔치 않을 것이 눈에 뻔하거든요. 그래서 박물관을 털어 전생에 쓰던 잔을 회수해 와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지요.

로열 크라운 더비 / 프린스 오브 웨일스

왕실의 도자기 이야기는 그러한 욕망을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한 책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눈에 바로 꽂혔기에 주저할 틈도 없이 뽑아 든 책이었긴 하지만 누가 보아도 이 그릇들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합니다. 이것은 단순 그릇이라기보다는 예술 작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로열 우스터 / 로열 릴리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그릇이 왕실과 더불어 발전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귀한 그릇을 사용할 만한 사람들은 전생에나 겪었을, 결국 왕실이나 족의 수요가 우선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왕실에 납품을 하고 공식적인 왕실 공급업체란 호칭의 '로열'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사명에 '로열'을 아무나 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그러므로 '로열'이 붙은 사명은 왕실 공식 납품 업체를 뜻합니다. 왕실이 보증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지요.

로열 우스터 / 윌리엄 4세 헌상 작품

다행히 왕실을 거쳐 이러한 차에 대한 기호의 문화뿐만 아니라 더 좋은 잔에 차를 마시고 싶다는 욕망은 대중에게도 널리 퍼지게 됩니다. 따라서 더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었고 이제 대중에게도 좋은 잔에 우아하게 커피나 티를 마실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지요.

민턴 / 루칸 백작에게 납품된 디저트 접시

그런 잔이나 그릇을 만들고 발전시켰던 이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장인으로 불렀겠지만 그들의 역사와 잔과 그릇에 쏟았던 열정을 이해하고 나니 이 잔과 그릇들에는 예술가 못지않은 장인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상당수가 이러한 잔과 그릇인것을 보면은 이의 가치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겠지요.

웨지우드 / 플로렌틴

지금은 대게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지만 예전에 간혹 아주 매혹적인 잔을 내어주는 커피숍이 종종 있었던 것이 떠오릅니다. 희한하게도 거기서 마셨던 커피는 기억에 더 오래도록 남는 것 같네요. 왜냐하면 단순히 커피만 마신 것이 아니라 커피잔을 음미하며 그 색감과 잔까지 음미했기 때문이겠지요.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촉각까지 기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포드 / 버터컵 시리즈

이 책을 읽고 나니 엄청 좋은 커피 잔 세트를 더욱 욕망하게 되었네요. 혼자 마셔도 좋고 둘이 또는 여럿이 마시면 더욱 좋을 영국풍의 로열 애프터눈 커피잔 세트 말이지요. 명품도 아니고 슈퍼카도 아니고 소박한 저런 커피 잔 몇개면 됩니다. 영국 찰스 3세왕 할아버지 플리즈!


영국 왕실 도자기 이야기

한줄 서평 : 로열 애프터눈 커피잔 세트를 열망하며

내맘$점 : $$$$

Cha Tea 홍차교실 지음 / 정승호 감수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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