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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Aug 15. 2023

라스트 광복절

(1부) 광복절은 이대로 사라지게 될 것인가?

2045년 8월 15일

광화문 거리에는 1910년 경복궁에 일장기가 걸렸던 것처럼 태극기 대신 붉은색 전범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당연히 광복절 100주년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왜냐하면 이미 2년 전 한국은 일본에 다시 강제병합되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이러한 징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고통과 피나는 투쟁 끝에 독립을 일구어낸 광복절의 의미는 퇴색되고 있었으며, 식민지를 겪지 아니한 세대는 그러한 역사로부터 무관심했다. 불과 22년 전 이미 그런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전게 되어 나라를 잃게 될 줄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2023년은 경술국치(1910년)가 일어나기 전 22년 동안과 사실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스스로를 친일파라고 칭하기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 머리를 들고 늘어났으며, 방송이나 교과서에도 더 이상 강제동원, 성노예, 친일파와 같이 일본의 만행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나, 독도 침탈과 같이 국권을 침해하는 행위도 처음에는 거센 저항을 일으켰지만 결국 이를 반대하는 이들이 각종 죄목에 연루되어 투옥되고 회유되면서 점차 힘을 잃어갔다.


특히 10년 전에 발생한 북한의 정변은 그러한 흐름에 결정타가 되었다. 경제적 고립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북한은 일본과 수교 및 원조를 타진했고 이는 동아시아에 평화 무드를 잠시 선사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볼리 없었던 중국이 개입하며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발하여 결국은 친 중국 정권이 수립되었다. 그러는 사이 혼란을 틈타 북으로부터는 일부 난민이 이탈하여 남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으며 반중, 반공 이념으로 이를 무마하려 하였다. 특히 정치적 세력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기에 이르렀으며 로 인하여 민심은 극도로 흉흉해졌고 시위는 다시 빈번하였다.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빨갱이 사냥이 다시 시작되었고 피가 피를 부르고 증오가 증오를 낳는 모든 역사는 과거로 회귀하였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혼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미국이 결국 나섰다. 한국 정부가 민심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고 이러한 위험이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의 위협으로 크게 노출되자 미국은 전격적으로 일본에게 한국의 통치를 맡기기로 결정한다. 일본도 물론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제2의 가쓰라-테프트 밀약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일본은 안 그래도 우호적이었던 한국 내 일본을 추종하는 무리들과 이를 묵인하거나 적극 받아들이기로 이미 합의를 끝낸 상태였다. 미국은 특히 이러한 일본의 기민함이 마음에 들었다. 제2의 한일병합은 이렇게 광복 100주년을 맞이하기 정확히 4년 전 아이러니 하게도 광복절인 8월 15일, 미일 간 종전을 기념하여 서명이 이루어졌고 불과 2년 만에 이 밀약은 현실로 실현되었다.


JK.A가 2023년으로 돌아온 목적은 이렇게 끝나버린 2043년 한일병합을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녀에겐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불과 20년 후면 이 모든 일이 끝나 버려 현실이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에 병합된 이후로 일제강점기와 마찬기지로 희망을 상실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기대도 있었다.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혼란과 이념의 마녀사냥, 그리고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를 대신해 차라리 일본이 이를 잘 수습해 줄 수 있다고 믿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이나 북으로 조국이 넘어갈 수 있다는 선동에 비록 독립을 잃을지언정 자유민주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일본의 민이 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과거에 이 일본 어떠한 일을 저질렀는지를 잊어버린 대가는 그것이 오산이었음이 바로 드러났다. 산업은 곧 국유화되었고 일본의 기업들에게 국가와 마찬가지로 합병되었으며 모든 땅과 재산 또한 몰수되었다. 일본도 처음부터 무리하게 이렇게 추진할 계획은 아니었으나 일본 열도에서 지진의 빈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화산의 분화가 터져 나오자 방침을 바꾸어 일본의 본토를 아예 한반도로 옮기기로 결정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대로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을 일본의 섬으로 몰아내야 했다. 그 가장 쉬운 방법은 21세기의 식민지 전략답게 경제적으로 말살시키는 것이었으며 현대판 2개 계급의 카스트 제도라 불릴 만큼의 차별적 조치가 시행되었다. 물론 일부 친일파에게는 제1계급인 일본인의 지위와 특혜가 대대손손 보장되는 회유책이 늘 뒤따랐다.


이 모든 일을 바로잡기 위해 JK.A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20년을 거슬러 온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지금이 현재이고 그녀가 보고 온 조국이 사라진 현실이 오히려 미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그녀의 조국은 사라졌거나 사라질 것이니까.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현재의 썩어 빠진 한국의 정치인들을 설득하거나 일깨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미래에 본 그들은 오히려 나라를 팔아먹고 일본인이 되어 기뻐하고 있던 이들이 아니었던가? 미국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역사는 반복되듯이 미국은 이번에도 한국을 배신하고 일본과 밀약을 맺고 일본에 한국을 넘겼다. 중국과 북한은 하나도 도움이 안 되었다. 오히려 그나마 있던 지식인들을 몰살케 하는 명분이 되어 주었으니까. 역사는 반복되 이 역사의 흐름은 과연 막을 수 없는 것인가? 방법을 찾아한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미래의 조국과, 국민의 비참함과 좌절로부터 반드시 구해내야 한다. 그것이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오게 된, 또는 현대에서 미래를 보게 된 그녀에게 주어진 과제다. 2023년 8월 15일 그래도 아직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는 광화문 거리에서 마주한 풍경이 낯설었음에도...(1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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