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Nov 13. 2022

무화과쨈과 구운식빵의 8천만달러짜리 컬래버레이션

하이퍼 현실주의의 세계

소더스티 경매에서 '무화과쨈이 발라진 구운 식빵이 있는 일요일 아침' 오늘 아침 8천만달러(우리돈 약 1,113억원)에 낙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품은 무화과쨈의 붉은색과 식빵의 갈색이 어우러져 단풍과 낙엽을 연상케하는 한국의 가을미를 시의적절하게 표현해 냈다는 찬사뿐만 아니라 바쁜 현대인의 일상을 대변하면서도 일요일 아침이라는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하이퍼 현실주의의 신세계를 개척한 첫 작품이라며 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한 평론가는 붓질을 한 듯한 쨈의 결, 액자에 넣지 않았음에도 식빵이 액자를 대신하고 있는 듯한 프레임, 무화과쨈과 구운식빵에서 풍겨나는 달콤함과 고소함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오감만족의 추상화의 백미가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물감과 캔버스 대신 실제 무화과쨈과 식빵을 그림의 도구로 사용하고 그 자체에 형언할 수 없는 깊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하이퍼 현실주의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고 칭송되고 있는 이 작품의 원작가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는 중이다. 이번 경매도 사실 성사가 불투명했으나 토요일 밤 비가 내린 후 마침내 이 작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작가가 결심했다고 전해진다.


작품에 쓰인 쨈과 식빵은 부패하기 때문에 작품의 보존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품이 존재하는 기간이 한정적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래서 주최측은 이 작품은 경매 후 폐기하는 대신 원본 사진을 NFT로 보관하자고 제안했으나 작가는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작품을 대신 먹어버리는 쪽을 택하겠다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작가는 아직 미공개 작품으로 '계란 프라이가 올려진 구운 식빵이 있는 월요일 점심'과 '치즈가 녹아내리고있는  구운 식빵이 있는 토요일 저녁'의 연작 공개를 예고했다.


벌써부터 작품 속 계란 프라이의 노른자를 터뜨렸을 것이냐 안 터뜨렸을 것이냐의 논쟁에서부터 반숙이 옳으냐 완숙이 옳으냐의 극심한 논란 가운데에 다음 작품은 벌써부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즈가 녹아내리고있는'의 경우 치즈의 녹아내린 모양이 어떠한 새로운 메시지를 줄 것인가에 대한 기대 뿐만 아니라, 작가가 평소 먹는 있는 치즈가 모 회사의 슬라이스 치즈인 것이 밝혀져 동 회사의 주가가 갑자기 급등하는 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작가가 사용한 무화과쨈 회사의 주가가 이미 폭등한 것에서 힌트를 얻은 투자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무화과쨈 회사는 사과쨈 제조를 전면 중단하고 무화과쨈만 만들겠다고 발표한 후 급등세를 탔었다.


한편 작가는 이번 '구운 식빵이 있는' 시리즈를 저녁을 끝으로 더 이상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이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과열될 경우 베일에 싸인 작가의 전력으로 미루어 볼 때 작가가 작품을 내놓지 않고 모두 먹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작품의 소실을 우려하여 철저히 비공개로 작가와 조용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 작품과 작가를 실제로 보거나 만난 일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데 나 보고 지금 팬 싸인회를 하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