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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12. 2022

그런데 나 보고 지금 팬 싸인회를 하라고요!

못해안해없어

지금까지 책에 저자의 싸인을 받아본 일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것을 왜 받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도 않지요.

그런데 나 보고 지금 팬 싸인회를 하라고요!


물론 좋아하는 작가의 얼굴도 한번 보고 책에 친필 싸인까지 받으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긴 할 것입니다. 특히 그 작가가 엄청 유명한데 빨리 죽어주기까지 한다면 더 의미가 크게 느껴지겠지요. "내가 그 작가의 살아생전에 친필싸인을 받아버렸지 뭐야!"라고 눈물을 글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팬 싸인회를 해야 한다기에 준비를 좀 하기로 합니다. 그냥 싸인만 쓰기에는 뭔가 허전할테니까요. 명색이 그래도 작가인데 좋은 문구 하나씩은 써 드려야죠.


그런데 책에 있는 문구를 그대로 쓰기에는 좀 궁색하게 느껴집니다. 명망있는 신예 작가답게 새로운 시도를 해야겠지요. 고민하다가 독자가 단어 하나를 이야기해 주면 그에 맞게 글귀를 하나씩을 써 주기로 합니다.


"단어 하나만으로 즉석에서 글짓기라?"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팬싸인회이므로 그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기로 합니다. 그 정도도 못 쓰면 작가라고도 할 수 없겠지요.


그래도 미리 연습은 해 봐야겠습니다. 단어를 말했는데 그에 걸맞는 글귀가 떠오르지 않거나 생뚱맞은 글을 써서 졸지에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랑', '사랑하는  땡땡 독자님' 이런 것은 아무래도 너무 식상하지요. '사랑스러운 묘약 같은 땡땡님 사랑의 마법 같은 일들이' 어우 낯간지럽습니다. '커피' 커피같이 잔잔하고 그윽한 땡땡님의 마음에 커피빛 노을을'


간혹 요상한 단어를 말하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황하지 않게 대비해야 합니다. '' 음~, '뻥이요 아니고 빵이요, 땡땡님의 앞길이 빵빵하게 뻥뻥 뚫리길' '개꿈' '돼지 열마리 속에 개 한마리 , 로또 당첨요 땡땡님'


아이고 어렵습니다. 팬 싸인회 취소해야 할까봐요.

어젯밤 잠깐 생각하고 잠들었던  팬 싸인회였는데 다행히 오늘 열리지 않을 듯 하네요. 하룻밤 자고 일어나 보니 어느새 스타 작가가 되어 있었다고들 하는데, 일어나 보니 작가도 아니고 팬도 없고 싸인회는 더더욱 없을 것이니까요. 단어 하나로 즉석 글짓기는 역시 무리였는데 천만다행이지 뭐예요.


지금까지 책에 저자로서 싸인을 해 본일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것을 왜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도 않지요.

그런데 나 보고 지금 팬 싸인회를 하라고요!


그런일이 꿈처럼 일어난다면,

단어 하나씩만 이야기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독자님. 커피 한잔 드시면서 편하게 만나시면 됩니다. 뻥 아니고 빵도 있어요. 이건 개꿈 같지만 로또 맞으신 팬싸인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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