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감옥에 갈 사람들이 보이는 능력이 생겼다
어차피 사약
어릴 적 사극을 보다 보면 "저렇게 죽을 거 왜 조정에 과거를 보고 조정에 출사할까?"라는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왜냐하면 드라마의 끝은 항상 "저놈의 당장 주리를 틀어라!"로 시작해 결국 사약을 받고 죽거나", 아주 운이 좋은 경우 귀양을 가서 또 사약을 받고 죽기 때문입니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결국은 사약을 받고 죽을 것인데 저리 애써 과거에 급제하고 조정에 출사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옛날에 태어났다면 어차피 사약으로 끝날 운명, 절대 과거 같은 것은 보지 않고 낙향하여 후학이나 기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좀 더 살아보니 그리 사약받고 죽을 운명일지언정 왜 그렇게 애쓰 는지 알겠더군요. 어떤 대의나 큰 꿈이 있어서는 절대 아니었고요. 바로 열심이었던 이유는 권력을 얻기 위해서였더라고요.
그 권력이라는 것이 어찌나 달콤하고 짜릿한지 마지막에 결국 사약을 받고 죽더라도 뛰어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불나방이 불에 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날아드는 것이지요. 마약범들이 마약을 끊을 수 없이 달려드는 이유입니다.
그 권력의 달콤함과 짜릿함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다면 당신은 평생 을로, 병으로, 정으로 살고 있는 것입니다.
권력의 참 맛을 알기에는 바로 갑질만한 것이 없거든요.
아무리 작은 권력을 가지고도 그렇게 갑질이 만연한 판에 절대권력을 쥐고 흔드는 갑의 기분은 과연 어떠할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제 갑자기 누가 궁극에 사약을 받게 될지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얻었지 뭡니까! 요즈음은 사약을 내리지는 않고 감옥에 가두니 감옥에 갈 자의 미래가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게 어떠한 능력이냐 하면 텔레비전을 보는데 궁극에 감옥에 갈 자의 미래 모습이 딱 보이는 것입니다. 지금 뉴스에 나와서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으스대고 있지만 눈에는 죄수복을 입고 철장 뒤에 선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지요.
어머 소름!
이러한 능력이 왜 저에게 주어진 것일까요? 미래에 감옥에 갈 자의 모습이 투영돼 보이다니요! 권력에는 그만 집착하고 감옥에 갈 운명을 벋어 날 수 있은 기회를 주기 위해 이런 능력을 얻게 된 것일까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될 운명이라고도 아무리 알려주어도 절대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에이 이거 능력이 있으나마나 아무 소용이 없는 능력이었네요."
그래서 감옥에 갈 운명인 것을 정작 권력자 자기자신만 모르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는 모두 능력자라서 그 모습이 훤히 보이는데 말이지요. 알고 보니 특별한 능력도 아니었네요. 누구나 다 보이는데 정작 권력을 얻은 자 만 보이지 않는 능력이라니요.
사극에 등장해 결국 사약을 받았던, 귀양가서 또 사약을 받았던 고관대작 영상, 좌상, 우상 대감도 자기자신이 무소불위의, 갑중의갑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을 때는 몰랐겠지요. 자기자신이 결국 사약으로 끝날 운명이란 것을요. 텔레비전에서 보면 이렇게 훤히 사약의 결말이 보였는데 말이죠.
그래도 한번 사는 인생 사약으로 끝나도 갑질의 권력을 추구해야 할까요? 악명이라도 한번 떨쳐보고 사약을 받는 것이 더 나을까요? 엄청 애쓰고 노력하면 잘못을 덮고 사약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엄청 애쓰고 노력한다 해도 결론은 어차피 사약 입이다.
아주 운이 좋아서 귀양을 간다 해도 결국은 사약이고, 엄청 애쓰고 노력해서 평생 권력을 누렸다 해도 저세상에서 결국 사약은 적립된다고 하네요. 적립된 사약은 유효기간도 없고 쌓이면 누적된다고도 하니 이만한 마일리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 말을 제발 믿어달라고요. 텔레비전에 보니 당신이 수의를 입고 철장에 갇혀있는 모습이 선하게 보였다니까요.
당신은 권력에 취해 절대 믿지 않을 것이 분명함으로 참으로 안타깝지만.
어차피 사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