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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Oct 27. 2022

이재용 부회장도 회장으로 승진해서 행복할까?

쥐 고양이 생각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드디어 회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이고, 삼성전자에 입사하니는 31년 만이라고 하네요. 이 세월이면 퇴직하고도 남을 시점인데 회장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한다고 하니 부러운 건지 안타까운 건지 모를 노릇입니다.

그런데 문득 드는 궁금함은

이재용 부회장도 회장으로 승진해서 행복할까?

라는 질문입니다.

제가 기자였다면 이 질문을 던졌을 텐데 이러한 질문을 하지는 않더라고요.


물론 그냥 직장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을 것입니다. 대리만 되어도 행복한데 회장이라니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것이지요.


그런데 한계 효용은 체감하는 법. 부회장에서 회장이 되면 행복의 체감은 적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시어머니 같은 회장이 있는 부회장이었다가 회장을 밀어내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회장이 되었을 때는 그 행복은 훨씬 크겠지요.


그런데 이재용 회장은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부회장 위에 회장이 없는 부회장이었지요. 회장인데 그냥 이름만 부회장이었습니다. 날 때부터 부회장이었고요. 그렇다면 행복의 강도는 낮아지지요. 그래도 부회장보다는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탐냈을까요? 9천9백9섬 갑부가 1석을 빼앗아 1만섬 갑부가 되고 싶은 것처럼, 드디어 마지막 1섬이라는 회장이 되어서 엄청 지금 행복할까요?


그래서 이재용 회장도 이제 집에 돌아가서 아빠 승진했다고 자녀들과 함께 축하 파티라도 열지 궁금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녀들이 그게 무슨 축하할 일이냐고 원래 다 할아지가 다 준것인데 부회장이나 회장이나 그게 그거 아니었냐고 핀잔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이지요. 아차차 그러고 보니 이재용 회장에게는 부인도 없네요. 전 부인은 과연 이제 와서 회장의 와이프 자리를 버린 것이 후회가 될까요? 전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여하튼 회장 승진을 축하해 줄 부인도 없다니 눈물이 앞을 가리지요.


참으로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것이지요. 뭐 오늘 그래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관대하다"니까요.

참고 : 크세르크세스 크림많은 크림빵은 관대하다 (brunch.co.kr)

한편으로는 회장이 된 것보다 이 인물은 더 행복해 보입니다. 바로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입니다. 트위터 인수를 앞둔 듯 트위터 본사에 세면대를 떡하니 가지고 온 영상은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입니다. 그가 오기 전 트위터를 떠난 직원이 천명이 넘는다는 것을 보면 꼭 회장의 행복이 직원들의 행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이재용 회장이 저렇게 행복해했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수감되기 직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때는 마치 이런 상황은 가상의 체험 같다는 표정과, 놀이동산 귀신의 집을 통과하기 직전의 기대와 공포에 찬 엷은 미소가 묻어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웃음을 꽉 참고 있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모습은 회장이 되어서 기뻐하는 모습보다는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해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고 읍소하는 모습입니다. 뭐 꼭 그것을 부회장 때는 안 하다가 회장이 되었다고 하겠다는 것은 전혀 참신하지 않아 보입니다. 회장이 되어 그것을 읽고 있는 그의 표정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지요. 케이크이라도 준비했다가 얼굴에 축하빵이라도 놓았으면은 그가 보다 더 행복해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재용 회장도 오늘은 집에 일찍 가서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자랑 좀 하고 파티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월급도 오를 테니 매일 먹겠지만 맛있는 것도 좀 사 먹고 좋은데도 많이 썼으면 좋겠고요. 그 많은 돈 뭐하겠습니까 소고기도 사 먹고 소비도 진작시키고 그래야지요.


쥐가 고양이 생각하는 꼴입니다. 회장의 행복을 걱정하다니요.

주주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큰 소리치는 것이지요. 제발 좀 잘해서 주가 좀 본전으로 돌려놓으라고 말이죠. 그러기 위하여는 이재용 회장도 좀 행복해야 합니다.


대게는 회장이라는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이제 더 이상 목표가 없어서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전 회장이었던 이건희 회장을 떠올려 보면 그리 말년이 행복하지도 아름답지 않아 보였거든요.

그래서 쥐가 고양이 생각하듯 이재용 회장의 행복을 걱정하는 것이지요.

세상에 이재용 회장의 행복을 진심 걱정하는 이런 주주라니요. 채용으로도 주식으로도 다 괜찮습니다.

당신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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