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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feat 빗소리 굵은 밤

by Emile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물방울이 맺히면 떨어져야 한다는 운명처럼

많이 맺히면 많이 떨어져야 한다는 숙명처럼

땅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쏟아져 내리나니

쏴아아 쏴아아

더이상 방울짓지 않는

송곳같은 빗화살 앞에

어찌 겸허치 않을 수 있으랴

그렇게 한참을 내리고는

언제 그랬냐 싶게

눈물을 거두고 맑은 미소로 용서하는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려도

떨어지는 빗방울은 가릴 수 없음을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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