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ile Sep 17. 2023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feat 빗소리 굵은 밤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물방울이 맺히면 떨어져야 한다는 운명처럼

많이 맺히면 많이 떨어져야 한다는 숙명처럼

땅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쏟아져 내리나니

쏴아아 쏴아아

더이상 방울짓지 않는

송곳같은 빗화살 앞에

어찌 겸허 않을 수 있으랴

그렇게 한참을 내리고는

언제 그랬냐 싶게

눈물을 거두고 맑은 미소로 용서하는

빗방울은 리를 겸허케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은 가려도

떨어지는 빗방울은 가릴 수 없음을

빗방울은 우리를 겸허케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의 공전과 자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