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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Nov 11. 2021

팬덤의 미래

디어유와 브런치

# 팬덤 비즈니스 모델


최근 '디어유(DearU)'라는 회사가 상장을 했지요. "데긴 뭘 데어?" 흡사 충청도 사투리 같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든 '팬덤 전문 플랫폼'이라 합니다. 2대 주주는 'JYP엔터테인먼트'이고요. 이쯤이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내놓라 하는 회사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만든 회사이지요.

디어유가 운영하는 플랫폼 이름은 '디어유 버블(bubble)'이라고 하네요. 이름에서만 봐도 딱 '버블끼'가 있어 보입니다. 이 플랫폼이 뭐하는 것이냐 하면, '팬 들과 아티스트(연예인)의 소통 플랫폼'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 소통을 어떻게 하는가 하니, 구독을 하면 팬에게 1:1 채팅 형태의 '프라이빗 메시지'를 보내 준다고 합니다. 기계적으로 딱딱하게 가 아니라 '누구누구야~' 이렇게 이름을 넣어서 부드럽게 불러가면서 말이지요.

텍스트, 이모티콘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메시지도 받아볼 수 있다 하네요.

이만하면 팬이 되어 구독해 볼만 할까요? 물론 유료이지요.

'최애와 나만의 프라이빗 메시지'
DearU bubble

# 사만다


그런데 이것이 절대 프라이빗 메시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요. 연예인이 직접 작성해서 보내기는커녕, 매니저가 보낸다면 다행이고, 회사를 만들었으니 전담 담당자들이 있을 거예요. 그마저도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겠지요. 알고 보니 "나 인공지능 하고 소통하고 있는 거였어?"라 할 겁니다.

자연스레 이쯤이면 영화 '허(Her)가 생각납니다. 사만다는 나하고만 소통하는 줄 알았는데 8천 명이 넘는 사람과 동시에 소통을 하고 6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동시에 사랑을 했었지요. 결국 주인공은 이를 알고 격분하게 되지요.

Her

회사에서도 명의만 사장님 이름으로 나갈 뿐 사장님이 직접 메시지를 보내지 않아요. (문구도 제가 썼는데 이름은 사장님 이름이 붙지요.) 국회에서도 의원님들이 종종 메시지를 보내곤 하지만 직접 보낼 리가 없어요. (보좌관들이 아니면 알바가.)


# 팬덤


재미있게도 이 서비스 구독자의 비중은 19세 이하가 22%, 20대가 64%, 30대 10% 40대 이상 4% 로 10~20대 가 86%를 차지합니다. 그중 여성 이용자의 비율은 97% 이지요. (남성은 왜 이리 팬심이 떨어지는 걸까요? 배신입니다 배신!)

다행인 것은 국내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니고, 글로벌 서비스라는 것이네요. 국내는 29%이고 중국 19%, 동남아 14%, 일본 12%,  미국 6%, 유럽 6% 등 해외 비중이 71%를 차지합니다. (외화를 번다니 봐주겠으요.)


디어유의 가치는 시가 총액으로 벌써 1조 원을 훌쩍 넘어선 듯하네요. 지인에 표현에 의하면 '애들 코 묻은 돈 빼먹는 비즈니스'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코 묻은 돈이 아니라 부모님들 기둥뿌리 털리겠어요.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코 묻건 안 묻건 상관없습지요.


이 '팬덤 비즈니스'는 BTS를 앞세운 하이브의 위버스(Weverse)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지요.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단순한 팬클럽 커뮤니티를 넘어서서 행사 예매, 굿즈 판매, 아티스트와 팬과의 소통이 이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하루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하고, 월 천만 개 이상의 콘텐츠가 형성되고, 가입자는 삼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단순히 코 묻은 돈 빼가는 양아치 형아가 아니지요. 글로벌 제국입니다.


# 덕질


덕질의 세상이지요. 덕질로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요. 나만 빼고 다 덕질입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구독자의 비중은 30대가 넘으며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지요. 거꾸로 해석하면 30대는 겨우 10%만이 40대 이상은 겨우 4%만이 존재할 뿐이지요.

드디어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나쁜 어른들이 된 것일까요?


그 대신 30~40대 이상은 블로그나 여기 브런치(brunch) 같은 곳에서 덕질을 하는 것 같더군요.

특히 브런치는 글쓰기 덕질러들이 모이기 좋은 공간이지요. '앗, 알고 보니 저도 덕질 중이었네요. 뭐 이리 의미 없는 글자들을 써대고 그럴까요?

라이킷을 누르고 구독도 누릅니다. 브런치는 디어유 버블과 달리 아무리 많은 구독을 하여도 아직 무료이지요. 누를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르는 영화를 누려보아요!

작가도 아티스트'이듯이 '구독자라는 팬덤'을 형성하지요.

그렇다면 브런치(brunch)도 디어유 버블 못지않은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겠네요.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 플랫폼


KT그룹 미디어 회사인 지니뮤직은 구독형 전자책 업체인 '밀리의 서재'를 인수하였지요. 가격은 464억 원에 달했습니다.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니지만 '브런치'의 경쟁자이자 타깃 모델은 '밀리의 서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둘 다 전자북의 형태를 띤다는 점에서, 오디오북 형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수요와 공급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그러하지요. 양질의 작가와 책과 출판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도 상호의 비즈니스 모델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니라고요? 그러면 이제부터 생각해 보시던지요.)

지금은 광고나 구독료를 받고 있지 않지만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때 카카오가 브런치를 어떠한 수익 모델로 키울지도 궁금한 점이기도 하지요. (작가와 구독자를 위한 순수한 사업은 없지요.)


'디어유 버블'이나 '밀리의 서재'나 '브런치'의 공통점은 이 '플랫폼'이라는데 있습니다. 이 플랫폼은 디어유처럼 당장의 유료 서비스도 중요하겠지만, 그 안에 '데이터'가 쌓인 다는데 바로 핵심이 있지요.

위에서와 같이 어떤 연령층이 어떤 성별이 어떤 나라의 사람이 어떤 아티스트(연예인)를 좋아하고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지 쫙 나온다는 것이지요. 이 점은 밀리의 서재나 브런치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겠지요. 브런치만 보더라도 방문자와 라이킷과 구독자 수를 한 번에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상처를 받습지요) 그러한 점에서 브런치의 확장성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데이터를 축적해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데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지요.


# 왕서방


아티스트(연예인)의 영향력은 막강하지요. 당장 브런치에서만 보더라도 힘들게 쓴 글보다, 연예인에 대해 언급을 한 글들에 조회수가 폭발하더라고요. 그런데 플랫폼 안의 아티스트는 어떠할까요?

 플랫폼의 속성은 아티스트(연예인)와 팬들의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아티스트도 팬들을 위한 것도 아니지요. 사실상 SM과 JYP를 위한 것입니다. 곰은 아티스트이지만 왕서방은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플랫폼 안에서는 아티스트나 팬도 그 데이터에 자 유럽 기는 어려울 것이겠지요. 자유의지보다는 숫자에 의하여 움직일 확률이 높아지겠지요.

'아티스트'에게는 좀 '자유'로운 것이 필요한데 플랫폼에 가두어지는 것은 아쉽습니다.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아이폰을 사는 대신 애플(주식)을 사고, 테슬라(전기차)를 사는 대신 테슬라(주식)를 샀었어야 되었지요. 연예인으로부터 프라이빗 메시지를 받는 대신 디어유(주식)에 투자해야 되었고,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쓰고 덕질을 만끽하는 대신 카카오 브런치에 투자를 했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팬덤과 덕질은 위험한 것이지요. 알고 보면 승자는 항상 왕서방이었지요.

(그러므로 '브런치'가 카카오로부터 떨어져서 독립된 회사로 나올 때를 노리세요!)


여하튼 '팬덤'은 아직까지 저에게는 이해하기는 힘든 세상입니다. 물론 저도 스티브 잡스의 심플함을 좋아하고 아이유 음악을 즐겨 듣고 브런치에 덕질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티스트'보다 항상 제가 더 중요했으니까요. 그래서 아마도 스스로가 '아티스트'가 되어야겠지요. 저의 팬은 저이니까요.

그래도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팬덤'에 대하여 이해는 필요할 듯 싶네요. 플랫폼의 '곰'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지요. 기회를 잘 잡는다며 왕서방이 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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