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밀라노 칙령과 비트코인

feat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by Emile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4년 1월 10일 드디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였습니다.


지금껏 비트코인은 해 보지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이는 금융사 그리고 종교사적으로는 매우 중대한 반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변방의 미신으로만 여겨왔던 비트코인에 대한 믿음이 드디어 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그것도 자본주의 최대 제국 미국에서 말입니다. 이것은 흡사 그동안 미신으로 여기고 탄압했던 그리스도교를 인정하였던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에 대비되는 사건입니다. 그 신앙의 대상이 그리스도냐 비트코인이냐의 차이일 뿐이지요.


밀라노 칙령은 313년에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에서 발표한 포고령으로 모든 사람에게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고, 특히 그리스도교도에게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몰수 재산을 돌려주도록 지시한 역사적 조치를 말합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밀라노 칙령

특히 여기서 "재산을 돌려주도록 조치했다"는데 눈길이 가지요. 저에게 이것이 마치 "비트코인을 돌려주도록 조치했다"로 읽히는데요. 빼앗았던 비트코인을 돈으로 인정하고 돌러준 것처럼 들렸거든요. 이처럼 비트코인이 승인받은 것처럼 그리스도교는 공인받았지요. 물론 현재의 미국은 옛 팍스로마나를 대신하고 있고 자본주의 세계에서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위상은 콘스탄티누스 대제 시대의 교공인위원회의 위상 뛰어넘을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트코인교가 아직 불법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조선말 천주서학을 박해했던 것처럼 "어디 조상도 못 알아보는 미신에 불과한 비트코인을 믿겠다고 설레발이야?" "비트코인을 믿는 놈들을 모조리 참수하라!"라고 말하는 것 같지요.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ETF의 국내 상장뿐 아니라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라네요.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금융투자상품의 중개만 가능한데 현행법상 비트코인 ETF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며 따라서 이를 중개하는 것은 증권사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하지요. 미국 비트코인 ETF 거래 금지라는 방침을 내리면서 증권사들과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지요. 과연 자본주의의 교황이 승인한 비트코인 ETF 거래를 금지하는 변방의 쇄국정책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처음에 이야기한 대로 지금껏 비트코인은 해 보지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밀라노 칙령이 떨어진 이상 비트코인을 믿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것은 마치 그리스도교가 미신일 때는 핍박을 받았지만 공인된 이후로는 그야말로 '쩐'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 그리스도교와 달리 공인된 이후로 정작 믿음이나 그리스도 같은 것은 그 의미에서 모두 사라졌지요. 다만 초거대 다국적 기업 그리스도 주식회사가 남아 쩐을 쓸어 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모두 믿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큰 위험이기도 합니다. 마치 구글, 애플을 부정하는 것과 같지요. 믿지 않아서 부동산교가 창궐했을 때와 같이 벼락 거지가 될 수 있기도 때문입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니케아 공의회

마찬가지로 비트코인교도 앞으로 박해는 사라지고 처음에 들었던 블록체인이나 탈 중앙화와 같은 믿음도 사라질 것입니다. 다만 '쩐'이 되는 비트코인의 신비한 기적만이 전설의 이적으로 남겠지요. 지금도 비트코인을 믿지는 않습니다. 가치가 있다고 여기지도 않지요. 다만 종교는 늘 그래왔듯이 공인된 이후로는 믿음이나 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다만 이것이 '쩐'이 되는 거대한 사업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지금 이 사건은 금융사적으로 종교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제 니케아공의회와 같이 비트코인의 신성성을 부정하는 것을 이단으로 정하고 파문을 할 수도 있지요.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그럴 경우 제일 먼저 파문을 당하겠네요.


"믿쉽니까?" "비트코인?" "아니요" "잘못했어요" "믿쉽니아니아아메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