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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作家)가 세작(細作)

feat 세작, 매혹된 자들(9회, 10회)

by Emile
세작(細作)

신분을 감추고 어떤 대상의 정보를 몰래 알아내어 자신의 편에 넘겨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첩자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세작(細作)'인지 의아했었습니다. 그리고 '매혹된 자들'이 붙은 것은 더욱 의아했었지요.


세작(細作)이란 단어 자체가 요즈음은 잘 쓰지 않은 단어인데다가 알고 보면 심오한 구성입니다. 아주 세밀하게 작전을 펼친다는데서 세작(細作)이라 불렀을 듯하지요.


바둑이 주 소재로 나오길래 이 드라마가 체스 이야기를 다뤘던 '퀸즈갬빗'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세작, 바둑
퀸스 갬빗, 체스

그러나 점점 이야기는 바둑보다는 세작(細作)의 비극적 사랑의 종말을 다룬 '얼라이드'로 치닿고 있는 것 같지요.

얼라이드, 첩자

뜨거운 밤 이후로 여주의 정체성이 약해진 듯합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백수도 사랑도 아닌 것이 사실 여주가 아니라 이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작가(作家)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바둑으로 치면 이번 회차는 아차차 돌을 잘못 두었습니다. 결국 "세작(細作)은 작가(作家)"였던 셈이었지요.

"당장 작가를 추포하랏!"


드라마의 묘미는 과연 이 위기에서 작가가 세작(細作), 즉 세밀하게 글을 써나가서 위기의 대마를 살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세작(細作)이라는 단어와 작가(作家)라는 단어는 닮았습니다. 작가 또한 세밀하게 작전을 펼쳐야 하는, 독자를 속여야 하는 첩자의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지요.


다시 어이없는 작가(作家)의 세작(細作)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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