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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y 03. 2024

'수학의 정석'은 있지만 '문학의 정석'은 없는 이유

feat 브런치의 정석

'수학의 정석'이란 책을 아시는지요? 언제까지 이 책이 수학계를 지배했는지는 모르지만 한때는 수학 수험서의 바이블 같은 존재였지요. 수포자(수학 포기자) 많았지만 학생이라면 그래도 이 책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렇게 진노오란색 글자판이 '기본편'이었고 수학 한다면 청록색 '실력편'을 으스대며 꺼내 놓곤 했지요. 물론 이 책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옛날사람 우훗훗!"(우훗훗을 알고 있으면 옛날옛날 사람)


수학 이야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고 브런치(스토리)를 보다가 문득 "나는 왜 '브런치의 정석'을 따르지 않고 이 고생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브런치 정석'이란 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브런치 정석'이라 하면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까요? 목차라도 만들어 볼까요?


첫째 '브런치 작가 되기', '브런치'가 원하는 데로 책이 될 만한 특정한 주제에 한 글을 약간의 전문성을 조미하여 먼저 '작가' 타이틀을 얻는 것이지요. 둘째 '브런치 리에이터 되기', 되도록 '카카오다음' 포털의 카테고리에 맞는 글을 열심히 써서 대문에도 걸려보고, 조회수 폭탄도 맞아보고 특정 분야의 그 무슨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입니다. 셋째 '브런치 수익의 기회 열기', 브런치가 요사이 원하는 데로 연재를 열심히 돌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노출의 기회를 늘리고 독자도 모으고 꿩 먹고 알 먹고지요. 넷째 '브런치 공모전 수상 하기', 이런 연재를 바탕으로 공모에 도전하여 한번에 딱 수상! 브런치 작가 오브 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브런치의 정석'대로 하나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지 뭐예요. 작가 타이틀 입문에서부터 그러더니 '브런치'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정석'대로 아니하고 늬맘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저렇게 정석대로 살면 그렇게 편하고 심지어 반짝 명예와 심심한 보상도 있을 텐데 "늬 왜 그렇게 안하는거니?", "웃기는 짬뽕일세?", "짜장면만 먹으면 정석이 있다는데 늬늬 왜 짬뽕질인거야?"

그렇습니다. 정석대로 살면 인생이 안락할 텐데 꼭 정석을 알고도 거르는 들이 있지요. 그렇다고 평소 질서도 잘 지키고 "비뚤어질 테다" 이런 것도 아닌데  이렇게 피곤하게 살고 있을까요?


딱히 이유도 없습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이것은 '수학의 정석'이 아니어서 그럴까 생각해 봅니다. '수학'이 아니라 '문학'이어서 그렇겠지요. '수학의 정석'은 있어도 '문학의 정석'이 없었던 이유일까요? 또 '정석'은 너무 재미없다고 느껴서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정석' 왜 안낭만적이라고 느껴질까요. '연애의 정석'은 어쩐지 너무 가공된 가짜 연애처럼 보이고 '결혼의 정석'은 너무 정략적 결혼 같이 보여서 그런 걸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우김'에 정석론자들은 혀를 끌끌 차겠지만 안 땡기는 것을 어떡해요. 그래서 문송(문과라서 죄송)이라는 말이 나왔나 봐요. 과학적이지도 않은 데다가 수학처럼 '정석'일 수 없어서 어이쿠 문송하지요.


만약 '문학의 정석'이라는 책이 있었다면 서문에 이렇게 쓰여 있었을 것이지요. "이 책을 읽는 것을 당장 집어치우고 나가서 하늘을 보거나 바람에게 물어보거나 별을 따 보려 하거나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사랑 시를 차라리 쏙닥거릴 것!" "단 이것도 정석이 아님"

'문학의 정석'은 이런 이유로 없는 것이라 하네요. 그리고 '문학의 정석'이 있다면 그것은 '사기'이거나 문학의 '종말'이라고 여길 거라고요. 또또 정석이 아닌 소리, 어이쿠 문송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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