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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e May 27. 2024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

feat 암살주식회사

이 책을 보니 소지섭 오빠가 나왔던 영화 '회사원'이 떠오릅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회사원' 들은 별다른 명분 없이 암살 자체가 목적이자 월급이었다면 책 속 '암살국'직원들은 철저히 반사회적 인물들을 엄격히 심사하여 처단한다는 것이지요.

 영화 '회사원'

그들에게는 철학과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회사원'과 달리 문제가 되었지요. 즉 이 '암살국'의 수장을 살인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물로 지목하여 암살해 달라는 의뢰를 역으로 받게 되었으니까요. 정의를 위하여 반사회적 인물을 없애는데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했었다는 논리적 근거에서였지요. 그런데 이 의뢰 또한 철학과 신념에 부합하다고 여겨, 암살국의 수장은 덥석 이를 수락하고 자신을 죽이라고 승인을 내리지요. 그리고는 스스로 신이 설립한 암살국을 해체하기 위하여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암살국' 동료 직원들을 하나씩 모두 제거해 나갑니다.

비슷한 영화 오피스

'회사원'의 소지섭이 철학과 신념 없는 회사의 지시에 빡쳐서 회사를 박살 냈다면, '암살국' 수장과 동료 직원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는데 전혀 불만과 불신동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철학과 신념에 더욱 신뢰와 경의를 표하지요. 뿐만 아니라 강한 원칙을 준수하기 이쯤에서 물러서 좋은게 좋은거 아니냐는 타협도 없습니다. 물론 암살을 일삼는 두 이야기 다 판타지에 가까운 상황으로 말미암아 몰입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또한 현실임을 부정도 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누구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아니오


"누구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당연히 "아니오"라고 손사래를 치겠지만, 진짜로 숨을 끊고 실제로 피만 흘리지 않았지, '회사원'과 같은 피고용인 무리의 삶은 누군가를 밟고 뒤집어 씌우고 모욕하고 절망시키며 피가 철철 흐르는 마음의 생채기와 경쟁자의 손발을 끊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잔인함이 난무하는 것이 바로 '회사원'이라는 조직의 현실이지요. 그것도 거의 철학이나 신념도 없이 간악 무도하게 단지 얼마 되지도 않는 월급과 누군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비정한 고용인의 요구를 위해서 그런일을 서슴지 않게 행하고, 단지 포상과 승진이라는 찰나의 회식과도 같은 쾌락을 맛보고 죽는 것이 결국 '회사원'의 세계니까요. 요즈음은 '공무원'도 그런다지만요?


영화 '회사원'을 보았을 때는 처음에는 그리 와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원'말하고 싶었던 것이 점점 뚜렷이 보이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다녔거나 다니는 그곳은 사실 '암살주식회사'였으니까요. 상대 조직을 암살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의 동료도 명령에 의해 죽일 수밖에 없었던 '회사원'이었던 것이었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암살의 운명 앞에 자유로울 수 없는 표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밖에 없운명이었던 것이고요.


누구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네


"누구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 "네", 그러고 보면 수도 없이 많이 죽였지요. 지금 만일 아직도 살아 있다면 누군가를 죽이고 살아남은 것이고 조금 더 살기 위해 더 많이 이 암살 명령을 수행해야 할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이미 당했거나 당하겠지요. 그 안에 철학과 신념이 있었으면 아무런 불만과 불신의 동요는 을 것입니다. 부디 철학과 신념으로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었기를, 그리고 명목 없이 암살 자체가 목적이자 월급을 위하여 마지막 칼을 맞지 아니하였기를...


암살주식회사

한줄 서평 : 누군가를 죽여본 적이 있습니까?(2024.05)

내맘 $점 : $$

잭 런던 지음(미완)/ 로버트 L 피시 (완성) /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2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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