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글을 소개합니다.
20년 동안 여러 학령의 학생들에게 입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필명이 된 '이룬'은 강사 시절의 첫 수강 기호입니다. 너무 긴 시간이라 오래된 사람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아이들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지만 이 일을 한 지, 1만 시간을 넘겼으니 영어를 가르치며 보고 느낀 이야기를 꺼내볼까 합니다. 더 오래되어 낡은 이야기가 되기 전에 그 시간을 고이 접어 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돌아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나의 학생이던 아이들입니다.
어른 아닌 사람들하고만 만나고 헤어지니, 일을 하는 내내 성숙할 틈이 없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했는데, 날마다 자라는 아이들의 곁에 머문 덕분으로 떨리던 첫날보다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매 순간 자신의 삶을 가장 아끼는 한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표현은 다르나 방향은 한결같이 다들 그랬습니다.
학생과 내가 배움을 매개로 운명공동체가 되어 서로의 일상, 특히 공부를 하며 보내는 일상에 얽힌 시간들은 즐거웠습니다. 문법을 외우고 단어 테스트를 여러 번 치르는 사이에도, 그런 것들과 상관없이 울고 웃을 일들도 많았으니까요.
이 글은 보호자들에게 질문이 되길 바랍니다. 보호자들이 가질 질문의 힌트가 되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관한, 영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저 내 아이의 어떤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도 같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옆집 아이 말고 내 아이가 가졌을지 모를, 혹은 그렇게 될 어떤 모습을 상상하면 좋겠습니다. 낯설고도 반가운 순간이 있길 바랍니다.
시간과 마음을 오래 달이면 단단한 믿음이 맺힙니다. 그 믿음을 전하면 아이들은 무언가로 되돌려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어린 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고마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저마다 달랐던 아이들 자랑도 하렵니다.
저는 오랫동안 선생이었지만, 툭하면 울고 쉽게 감탄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의 서툰 표현들이 나름대로 열심을 다하는 학생들에게 잔소리의 빌미로 쓰이지 않길 바랍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여김 받고, 있는 그대로 이해받길 바랍니다.
추억이 다치지 않도록 살살 다듬어 보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미리 감사를 전합니다.
나의 학생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