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리는 언제 들어도 아름답다. 유명 작곡가의 피아노 연주는 인간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그런대 우리는 아름다운 소리에 취해 슬픈 부분을 듣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나는 오늘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피아노 소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6살 때부터 말하기를 멈춰 벙어리가 된 에이다는 남편을 여의게 된다. 에이다의 아버지는 에이다를 뉴질랜드에 있는 부잣집으로 시집보낸다. 에이다는 생판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을 원치 않았으나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딸과 함께 뉴질랜드로 가게 된다.
뉴질랜드에 도착한 에이다와 그녀의 딸 플로라는 하루 뒤에 남편 스튜어트를 만나게 된다. 스튜어트는 에이다의 사진을 보고 결혼을 결심한 뉴질랜드의 부자다. 스튜어트는 에이다가 벙어리인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같이 집에서 생활하면 서로 잘 맞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에이다는 스튜어트에게 자신의 피아노를 집까지 운반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피아노의 무게상 운반하지 못하고 해변에 두게 된다. 그리고 스튜어트의 집으로 간 에이다는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남편인 스튜어트는 에이다에게 잘해주려 하지만 에이다는 스튜어트가 달갑지 않고 결혼생활에 비협조적이다.
에이다는 해변에 둔 자신의 피아노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에이다는 플로라를 데리고 스튜어트와 계약 관계에 있는 베인스를 찾아가 해변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베인스는 처음엔 이를 거절하지만 둘을 해변까지 데려다준다. 에이다는 해변에서 신들린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그녀의 딸은 박자에 맞춰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런 에이다의 모습에 베인스는 반해 버리고 만다. 베인스는 에이다와 접촉하기 위해 스튜어트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거래의 내용은 베인스의 땅의 일부와 에이다의 피아노를 맞바꾸는 것이었다. 그리고 에이다를 베인스의 피아노 선생으로 두는 것이었다. 스튜어트는 이를 흔쾌히 승낙하고 에이다의 의사는 깡그리 무시한 체 계약을 성사시킨다.
뜻하지 않게 피아노 과외를 맡게 된 에이다는 이 상황에 불평불만이 많다. 에이다는 어쩔 수 없이 베인스를 찾아가는데 .... 이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지? 피아노를 제대로 배울 생각이 없다. 베인스는 레슨을 가장한 연애질이 하고 싶었던 것이다. 베인스는 에이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거래의 내용은 에이다가 베인스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건반을 돌려받는 것이었다. 에이다는 건반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런대 시간이 지날수록 베인스에게 마음이 끌리는 에이다. 처음엔 반강제적으로 했던 관계가 자발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제는 베인스를 사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남편의 눈을 피해 불륜 행각을 저지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는 얼마 가지 않아 들통나게 된다. 남편 스튜어트는 집을 봉인하여 에이다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에이다는 포기하지 않고 플로라를 매게로 하여 베인스와 대화를 시도한다. 여기서 문제가 터진다. 플로라가 스튜어트에게 이 사실을 고발해 버린 것이다. 화가 난 스튜어트는 에이다의 손가락을 도끼로 잘라버린다. 남편 스튜어트는 에이다를 구제불능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집에서 내보낸다. 에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베인스와 딸과 함께 뉴질랜드를 떠나는 배에 몸을 싣는다. 배에 실린 피아노를 바라보며 에이다는 피아노를 바다로 던져 버릴 것을 요 청한다. 베인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에이다는 피아노가 쓸모없게 되었다며 바다로 버릴 것을 요청한다. 피아노가 바다로 던져지는 순간, 에이다는 밧줄 사이에 발을 집어넣어 피아노와 함께 바다로 가라앉는다. 그런대 갑자기 생존 욕구가 발동한 에이다는 신발 한 짝을 벗고 헤엄쳐 바다로 나온다. 에이다는 무사히 구출되어 베인스와 함께 새집에서 생활을 하게 되고 그 순간부터 말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에이다에게 피아노란 무엇일까? 에이다에게 피아노란 의사소통의 도구였을 것이다. 에이다는 6살 때부터 벙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에이다의 연주를 들은 스튜어트의 어머니는 마치 감정이 이동하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에이다는 말을 할 수 없어 피아노를 본인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우린 6살 때부터 벙어리가 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린 이를 통해 에이다가 6살 때부터 남성의 권위에 눌렸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장센으로 잘 드러나는데 에이다가 나무에 깔린 듯한 미장센을 통해 에이다가 남성의 권위에 짓눌렸음을 알 수 있다.
스튜어트는 좋은 사람이고 에이다는 그런 그의 성의를 무시하고 안하무인으로 군 인간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스튜어트가 대체 어디가 좋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스튜어트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에이다의 동의도 없이 피아노를 팔아 치웠다. 이거만 봐도 그가 결코 좋은 사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무책임하다. 그는 에이다와 만난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결혼을 선택했다. 결혼이 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중대한 일인데 어찌어찌 되겠지 하는 마인드로 결혼한 것이므로 이는 명백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그리고 에이다가 안하무인이라는 거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에이다는 결혼생활에 매우 비협조적이었다. 그런대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에이다가 왜 협조적이어야 하는가? 에이다는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원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무책임하게 결혼을 덥석 받아들였다. 본인이 자초한 행동 없이 아버지의 강요와 무책임한 남자의 행동으로 결혼을 했는데 이를 진정한 결혼이라 할 수 있을까? 이는 결혼이 아니라 납치라는 말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즉 이는 결혼이 아니므로 에이다는 결혼생활에 협조적일 이유가 없다.
영화는 바다에 잠긴 피아노를 보여주며 끝난다. 이때 내레이션이 참 인상적이다. 아래는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 잠이 든다. 마치 자장가 같다. 혹시 이 말이 좋은 말 같다고 생각하나? 전혀 아니다. 우린 이 말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남성의 억압 속에서 여성의 의사소통 도구인 피아노가 있는 바닷속. 그런대 그 속이 조용해서 자장가처럼 잠이 든다고? 우린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여성이 고통받고 있는 사실을 못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에이다의 연주는 그야 말로 예술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연주는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억압속에서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이었다. 그녀의 연주는 겉보기에는 아름다우나 실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던 것이다. 아름답지만 아름답지 않은 그녀의 연주를 듣고 싶은 분들께, 영화 피아노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