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극과 줄타기가 특기인 광대 장생과 공길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그런 장생에게는 큰 불만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본인들이 소속해 있는 광대패의 두목인 꼭두가 돈을 목적으로 여성스러운 외모를 지닌 공길을 변태 양반들의 성접대용으로 부려먹는 것이었다. 장생은 공길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고 이 과정에서 공길은 장생을 구하려다 꼭두를 죽이고 만다. 공길은 상심에 빠지고 장생은 장님놀이를 하며 자신의 친구를 달래준다
장생은 공길에게 한양으로 가서 큰 판을 펼치자고 하고 두 사람은 한양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한양 저잣거리에서 재주를 넘으며 극을 펼치는 육갑과 그를 따르는 칠득, 팔복 무리를 보게 된다. 장생과 공길은 세 무리의 광대들을 도발하며 두 명이서 펼치는 재주넘기를 보여주며 첫날부터 돈을 싹쓸이한다. 장생과 공길에게 흥미를 느낀 육갑, 칠득, 팔복은 두 사람에게 접근하고, 장생은 현재 한양에서 제일 큰 판이 벌어지는 곳이 어디인지를 물어본다. 그런 그의 말에 육갑은 왕(연산군)이 사냥터를 만든다고 도성 밖의 사람들을 밀어내는 바람에 볼만한 판이 사라진 지 오래라 말한다.
육갑은 판이 있기는 하다면서 두 사람을 노름판으로 데려가는데 처음에는 이기는 듯하다가 모든 돈을 다 잃고 만다. 장생은 자기 돈 어떻게 할 거냐며 따지는 것과 동시에 훨씬 더 큰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육갑, 칠득, 팔복을 본인 편으로 포섭한다. 장생은 보통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을 위험천만한 계획을 말하는데 그건 바로 왕을 가지고 놀자는 것. 개나 소나 왕 얘기인데 왕이라고 별거 있냐는 말은 덤이다. 이렇게 다섯 사람은 저잣거리에서 공연을 벌이는데 그 내용이라는 것이 연산군과 기생인 장녹수가 붙어먹는 거다. 당연히 이 다섯 명의 광대는 의금부로 끌려가게 되고 죽기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장생은 승부수를 띄운다. 그건 바로 왕이 보고 웃으면 왕을 우롱한 것이 아니지 않냐며 왕 앞에서 극을 펼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내시이자 연산군의 전담 비서인 김처선은 다섯 명의 광대들에게 왕 앞에서 극을 펼칠 기회를 준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칠득은 시작한 지 1초도 되지 않아 대사를 절어버리고, 이어서 도미노처럼 팔복까지 대사를 절어버린다. 육갑은 이를 만회하려고 추임새를 넣어보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만다. 장생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타령까지 불러가며 뭐라도 해보지만 왕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공길이 즉흥 대사를 하는 것과 동시에 장생과 애드리브를 펼쳐 극을 살리게 되고 이에 연산은 웃음을 터트린다. 연산군은 광대들이 마음에 들었다며 그들의 거처를 마련하라고 지시한다.
중신들은 공분하고 어찌 선왕의 법도를 어기고 천한 광대들을 궐에 들일 수 있냐며 연산에게 항소를 한다. 연산은 어전을 뛰쳐나오며 처선에게 선왕의 법도에 얽매여 사는 자신이 왕이 맞냐며 울분을 토한다. 처선은 그런 연산에게 큰 짐승을 잡기 위해서는 발소리를 죽여야 한다면 그를 달랜다.
한편 장생은 중신들이 광대패들을 쫓아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작 중신들에게 휘둘리는 것이 왕이었으며 가지고 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라며 궐을 나가려 한다. 처선은 그런 장생에게 왕을 가지고 논 놈들이 중신들 가지고 놀지는 못하냐며 그를 도발한다. 여기서 몇몇 사람은 "대체 왜 저렇게 까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처선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하나는 광대들을 이용해 연산이 세상을 바로 보도록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연산이 광대 놀음을 통해 부서진 마음이 치유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편 장생은 매관매직을 벌이는 부패관료를 풍자하는 연극을 왕 앞에서 선보인다. 연산은 연극을 보며 박장대소하지만 중신들은 그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본인들 얘기라 찔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길이 여장을 한 채로 본인 남편 좀 잘 부탁한다며 성상납까지 하는 도저히 궐에서는 볼 수 없는 저속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흥이 오른 연산은 갑자기 광대들 앞에서 큰절을 하며 익선관을 바치는 돌발 행위를 한다. 광대들과 중신들 모두 당황해 있는데 연산의 표정은 그저 극에 참여하고 싶은 아이처럼 해맑기만 하다. 이는 연산이 왕위를 원치 않음을 의미한다.
장생은 당황하지만 "난 이런 요상한 것은 필요 없어. 요런 거라면 모를 까"하며 연산의 돌발행동을 받아 친다. 연산은 잠깐 헛다리를 집더니 자신의 애인은 장녹수를 장생 앞에 대령한다. 불쾌해진 녹수는 그자리를 떠나지만 연산은 이를 무시한다. 그 사이 흥이 오른 연산은 춤을 추며 노는데 여성스러운 외모를 지닌 공길에게 반해버리고 만다. 이어서 연산은 중신들에게 술을 따라주는데 관료 윤지상이 본인을 숙청하기 위한 자리인줄 알고 몸을 떨며 '나 매관매직 했어요"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만다. 연산은 윤지상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그의 전재산을 몰수하고 파직시키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을 잘라 돌려보라고 명령한다.
그날 밤 연산은 공길을 부른다. 공길은 과거 양반들에게 동성 강간을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 두려움에 떨지만 연산은 그저 공길과 함께 놀고 싶은 왕의 모습을 한 아이였다. 연산과 공길은 그림자 극과 손가락 인형극을 하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다음날 즐거운 마음으로 어전에 들어선 연산은 업무를 보려 하지만 중신들이 광대들을 내쫓아야 한다고 하자 연산은 격분하여 광대패들의 숙소를 찾아간다. 연산은 북을 무지성적으로 치며 공길을 찾는다. 연산은 그날 밤 공길을 본인의 처소에 데리고 오고, 왕위에 대한 압박감과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그림자 인형극으로 표현한다.
한편 처선은 연산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판단하고 장생과 광대들에게 폐비 윤씨의 죽음의 내막을 알리는 경극을 하라고 지시한다. 물론 광대들에게는그 어떤 내막도 알려주지 않았다. 장생은 시키는대로 하는 꼭두각시가 된 것 같아 이를 거부하며 궐을 나가려 하지만 공길은 여기가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또 해보겠냐며 장생을 설득한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광대들은 처선이 지시한 대로 경극을 펼치고, 진실을 알게 된 연산은 이 일에 관련된 후궁들을 죽이고 이예 충격을 받은 인수대비는 충격으로 급사하고 만다.
연산의 망나니적인 행동에 질려버린 광대들은 궐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연산은 자신의 어머니의 복수를 도와준 공길에게 종 4품이라는 벼슬을 내린다. 공길은 궐을 나가게 해달라고 간청하지만 연산은 이를 무시한다. 한편 중신들은 공길에게 불만을 품고 공길을 축하하는 자리인 사냥놀이를 이용해 공길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길을 구하려던 육갑이 숨을 거두고 만다. 한편, 연산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 광기에 물들어가게 되고 공길에 에 대한 집착 역시 커지고 만다. 그러는가 하면 공길은 연산의 상처에 공감하게 되고 도리어 궐을 나가려는 동료 광대들을 칼을 들고 막아서는 등 점차 미쳐간다.
한편 공길에게 질투를 느낀 장녹수는 공길의 글씨체를 몰래 입수하여 공길이 왕을 비방하는 문서를 뿌리고 있다는 누명을 씌운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장생은 그 글은 자기가 쓴 거며 공길은 자신의 글을 보고 따라서서 글씨체가 같아진 것 뿐이라며 공길 대신 누명을 뒤집어 쓰고 사형을 선고 받는다. 보다 못한 처선은 연산을 찾아가고 자신이 광대들을 불러들인 것은 연산이 세상을 바로 보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나 도리어 공길에게 눈이 멀었다며 직언을 한다. 물론 돌아오는 것은 죽고 싶냐는 말 뿐이었다. 처선은 장생을 몰래 풀어주고 공길을 버리라 말한다.
하지만 장생은 충분히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궐에서 줄타기를 하며 연산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분노한 연산은 장생을 향해 화살을 쏘고, 장생은 이를 피하려다 줄에서 떨어지고 만다. 연산은 장생의 눈을 불로 지지라 명하고, 그렇게 눈이 먼 장생은 투옥 당한다. 이로 인해 공길은 죄책감과 실의에 빠지게 되고 자살 기도까지 하게 된다. 다행히 연산이 조치를 취해 죽지는 않았다.
한편 처선은 중종반정을 꾀하는 대신들에게 회유를 받는다. 하지만 처선은 이를 거절하고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다음 날 아침 연산은 연회를 열고 장생과 공길의 줄타기 공연을 본다. 그 사이 반정세력들이 궁에 들이닥치고 장생과 공길은 광대로 다시 만나 제대로 다시 맞춰 보자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줄 위로 높이 튀어 오르며 하늘로 떠난다. 이들의 생사에 대해서는 여러 말이 많지만 장생이 줄타기에 있어서 군형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채를 던진 걸로 보아서 둘은 정황상 자살한 것이 맞다. 설사 그것이 아니더라도 반정 세력들에의해 처형되었을 거다. 영화는 끝으로 저승에서 풍물놀이를 하며 노는 장생, 공길, 육갑, 칠득, 팔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왕의 남자, 정말 좋은 영화지만 대체 어떤 영화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차마 답하기가 어려워지는 영화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본 영화에는 동성애, 사랑, 우정, 질투, 사회비판 그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딱 하나로 정의 내린다면 본 영화는 "인간이 자유롭고 행복해지기 위해 권력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엄중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본다.
장생과 공길은 자유를 꿈꿨다. 풍자극을 벌이는 것을 보면 새로운 세상을 꿈꿨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을 혁명가나 개혁가로 보면 곤란하고 아티스트로서의 한 부류로 보는 것이 맞다. 또한 그들은 광대이기에 자유롭기도 했는데 자신들이 펼치는 풍자극이 특정 대상을 비판한는 것이 아닌 극의 내용에 불과하다고 핑계를 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들의 자유는 반쪽 짜리 자유였다. 극 밖에서는 본인들의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둘은 처선에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왕의 폭정을 견뎌야 했으며, 중신들의 음모에 휘둘렸다. 결국 가혹한 현실에 절망한 두 사람은 자유를 찾아 하늘로 떠났다.
그럼 대체 무엇이 장생과 공길을 불행으로 몰고 간 것일까? 일단 첫 번째 원인은 처선에게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처선을 극 중에서 정상인 중 한 명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좀 다르다. 처선은 위선자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일단 그는 연산이 세상을 바로보도록 한다는 명분하에 공길과 장생을 장기짝처럼 이용했다. 왕 가지고 논 놈들이 중신들 가지고는 왜 못 노냐며 장생을 도발한 것, 광대들이 할 경극이 폐비 윤 씨의 죽음에 관한 것임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거기다 처선은 연산이 폭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말리지 않고 보기만 했다. 거기다 죽기 전 중종반정 가담에 관해 회유를 받는 장면에서 그는 광대는 광대일 뿐이라 말한다. 한마디로 그는 공길과 장생을 자신의 장기말로 여겼던 것이다. 장생을 살려주려 했으니 그건 너무 과한 억측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장생과 공길의 죽음에 처선의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미천한 광대가 궐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격분해 그들을 내쫓으려 하다가 끝내는 아무 죄 없는 공길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명분도 없었다. 그저 선왕의 법도와 같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의 논리였다.
연산 역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공길을 나름 아꼈으나 사실 집착에 가까웠다. 그는 궐을 떠나기를 원하는 공길을 존중하기는커녕, 왕권의 힘으로 궁에 강제로 구속시켰다. 또한 장생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공길을 무시하고 장생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리기까지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그는 광대들을 천시하기는커녕 도리어 광대처럼 자유로운 삶을 갈망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는 개인적인 슬픔에 빠져 자유를 갈망하기만 하였을 뿐, 자유를 갈망하는 광대의 마음을 헤아려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처선이 광대들을 장기말로 부리지 않았더라면, 중신들이 선왕의 법도에 맹목적으로 도취되지 않았더라면, 연산이 극 중에서는 웃고 있지만 실제로는 울고 있는 광대들의 슬픔을 조금만 더 헤아렸더라면, 두 사람에게 비극은 일어나지 않지 않았을까? 진정으로 참된 지도자라면 개인적인 일로 슬픔에 빠지거나 그럴싸해 보이는 신념에 심취할 것이 아니라 한 인간에 비친 슬픔을 이해하고 헤아려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 왕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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