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by 한서

처음 시작은 글쎄, 이런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소비하는 적당한 연예인들의 가십들을 짧게 편집해서 올리는 일을 했었다. 다만 돈이 되기 어려웠을 뿐. 조회수는 잘 나왔지만, 그게 직접적인 수익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이후 다른 영상들을 편집하며 돈이 되는 노다지를 찾았고, 정치 유튜버가 그렇게 돈을 잘 번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시작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틀딱 할배들은 내가 말하는 내용에 관심이 없었고 성희롱만 쳐 해댔다. 답답하고 역겨운 할배들과 매일같이 싸우면서 얻은 깨달음은 세상은 어리고 상냥한 목소리의 여성에게는 전문성을 쥐여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정치 유튜브 채널을 접고, 성별을 숨긴 채 사회적 이슈 채널을 생성했다. 뉴스 기사에서 발견한 욕먹을 만한 인간들을 날 것으로 편집해 올리자 수많은 사람이 분개하며 댓글을 남겼다. 사건에 관련된 범죄를 예방하는 방법도 영상 내에 적어두니 많은 이들이 슈퍼챗까지 보내줬다. 통장에 꽂히는 금액이 내가 들이는 시간만큼 오르자 적당히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돈이 될법한 화력 좋은 이슈와 반응이 터질 괜찮은 것들을 찾아다녔고, 종로에 있는 언론사 오피스단지에 가서 기자들이 말하는 내용을 주워듣기 시작했다. 엠바고가 걸려있는 정보들도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조회수는 점점 올라갔고, 처음으로 백만 조회수를 찍은 날, 작열하는 전율 속에서 이슈 유튜버로서 사회에 도움이 되고 많은 이들에게 빠르게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

안타깝게도 꽃까지 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추모 공원이 6시까지만 운영한다는 안내문을 너무 늦게 확인했다. 5시가 넘어간 시간, 3명의 고인, 커뮤니티 댓글 알림의 압박…….
당장의 급하다는 신호들은 많았지만, 이 추모 공원 안에서는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가을 저녁의 초입으로 진입하는 주홍빛 노을. 나무 아래 모여 앉아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잔디 곳곳 아름답게 활짝 핀 생화 다발. 불어오는 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옅은 볕뉘. 벤치에 앉아 풍경을 느끼는 사람들의 여유. 죽음을 돈으로 바꾸러 온 내 모습과 비교되었다. 공원 안을 거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뛰지 않았다. 이 분위기를 깰 수 없기에 조용히, 잘 닦여진 길을 걸었다.

수목장 옆, 인도를 걸으며 무거운 평화가 짓누르는 걸 느꼈다. 쫄지 말자, 난 지금 정보를 찾아온 거다. 묻어둔 윤리와 도덕이 좀비마냥 꿈틀거리는 걸 짓밟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봉안당 건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첫 번째 고인이 모셔진 봉안당 내부.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내 발소리만 들려왔다. 유골함의 위치는 3층 82면, 사람이 서 있을 때 바로 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약간은 근엄해 보이고 무게감이 있는 가족사진과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장식품이 있었다. 공학자의 자리가 아니었다. 옅은 실망감을 느끼며 밖으로 나왔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흐른다. 벌써 5시 35분,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뛸 순 없기에 부지런하게 다음 봉안당으로 발걸음을 놀렸다. 눈치도 없는 스마트 워치에서 운동 알림을 띄워주며 칭찬한다. 칭찬받아 마땅한 짓은 하지 않았음에도.

“하으…. 씨바, 드럽게 힘드네.”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서 완만한 경사가 있었다. 인터넷 방송쟁이한테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곧 3만 5천 보를 찍는 처지에서는 아무리 완만한 경사라 해도 높은 산처럼 느껴졌다. 누적된 피로 때문에 근육이 파르르 떨려왔다. 덕분에 쓸데없는 감상에 젖은 생각들이 싹 가셨다.

시간이 늦어서 그런가, 이쪽 봉안당에도 사람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지하 1층, 1 안치실의 C면. 가장 구석진 끝자리 하단에 있는 공학자의 이름. 첫 번째 봉안당에서 본 유골함과는 달리 아무것도 없었다. 짙은 고동색의 목함이 어쩐지 쓸쓸해 보여서 자리에 주저앉아 내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시간은 6시가 다 되어갔고, 곧 이용 시간이 종료된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난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진한 현타를 느끼며 발바닥의 욱신거림을 달래는 동안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죽음을 멍하니 구경 삼았다.

“거기, 누구세요…?”


멍청하게 넋을 놓고 있었을까,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통로 초입, 노을빛 생기로 물들었어도 창백해 보이는 여성이 의심의 눈초리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팽팽 돌아가는 머릿속 생각들, 그리고 발가락 끝까지 느껴지는 짜릿함. 놓쳐선 안 된다는 벼락같은 직감과 본능. 저 사람의 등장으로 이 자리가 그 공학자의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흥분과 환희를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대치하는 상황이었지만 이쪽이 침입자라는 걸 잊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실례했습니다. 혹시 여기 최웅 씨와 서로 알고 계시는 분이실까요?”


경계심을 낮추기 위해 명함을 내밀며 탐색할 시간을 줬다. 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기 최면을 걸면서, 열려있는 척 무해하게.

“…….”


여자는 아무런 말 없이 종이 쪼가리를 한참 들여다봤다. 눈빛에 피곤과 예민함이 묻어있었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시는 분이 그쪽이셨네요, 이유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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