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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똥 Jan 05. 2024

은밀하게 유튜브 숏츠를 즐기는 마음

무엇을 상상하든, 즐겨라


나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질 않는다. 요즘 사람들에게 어떤 드라가 인기가 있는지, 뉴스는 어떤 내용이 화제인지 알지 못한다. 반면 유튜브는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은 본다.  시간대는  출근준비를 하면서 30분, 퇴근 후 샤워를 마친 후 화장품을 바를 때이다. 아침에는 주로 자기 계발 채널을 찾아 본다. 특히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를 통해  독서 이유를 다가 , 마침 그가 추천하는 책은 화려한 언어 통해 구매까지 이어진다.  이렇듯 ' 너란 사람은 어디 하나 흠잡을 것 없어 보이는  같은데, 무슨 은밀한 유튜브를 즐긴다는 말이냐'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 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내가 봐도 나 자기 계발에 진심. 하. 지. 만. 그대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은밀한 여자인지를.


퇴근 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설거지와 청소를 마친 후 뜨끈한 물로 샤워를 즐긴다. 가슴 쇄골라인과 허벅지가 벌겋게 무르익어갈 즈음 샤워를 마친다. 마른 수건을 꺼내 통통한 종아리와 탱글탱글 적한 엉덩이를 부드럽게 닦는다. 이어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유유히 거실을 통과해 안방 안에 있는 화장대로 향한다. 휴대폰을 화장대에 올려놓은 뒤 전원을 켜고 유튜브 앱을 누른다. 이 시간만큼은 일반 영상이 아닌 숏츠를 즐겨본다. 숏츠는 내가 보고 싶은 곳만  고 빠르게 볼 수있고, 동시에 눈과 마음을 쉽게 다.


나에 유튜브 메인을 차지하는 숏츠는 '50대 운동하라 '는 이름을 걸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여성이다.  이름그대로 그녀는 50대일테다. 하지만 그녀는 또래보다 훨씬 젊어보인다. 영상에는 늘씬하고  달라붙는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그녀가 엉덩이를 흔든다. 팔과 다리는 엉덩이가 흔드는 방향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여성은 환한 미소로 춤을 춘다. 젊은이들처럼 화려하게 추는 추는 춤은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리듬감이 느껴진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기분 좋은 웃음이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모름지기 삶이란  재미나게 살아야 제맛이지!'


그날도 청소를 하고, 샤워를 마친 후, 벌거벗은 몸으로 다다닥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휴대폰 유튜브 앱을 켠다. 숏츠에 그녀가 보인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born to be Alive'.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그녀를 보며 얼굴에 스킨을 흠뻑 바르고 에센스를 톡톡톡 흡수시킨다. 순간 화장품을 바르던 나의 손과 팔은 그녀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  두 팔로 둥글리기를 하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고, 팔을 동작에 맞춰 하늘에 디스코 디스코 앗싸! 숏츠의 단점은 영상이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쉽다는 것. 그러면 어떤가. 아까 했던 동작을 다시 따라 하면 되는 것을. 둥글리며 엉덩이 흔들기, 디스코 디스코 ♪♩~


이 모습을 지켜본 아이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엄마가 벌거벗은 채로 춤을 추다니!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엄마를 보 저들도 개다리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이들 표정이 즐겁다.

하루 중 단 10분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새해 목표였는데, 나는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춤을 추고 있다. 나는 무대의 주인공이고 아이들은 백댄서이다. 이들이 개다리춤을 출 때 나의 그루브는 한층 깊어진다. 팔과 엉덩이는 더 과감하게 흔들고 또 흔든다.


나에 저녁 유튜브 숏츠 시청은 벌거벗은 채로 조금 더 은밀하고 섹시하게,  20분이라는 시간을 달려간다.

춤을 즐긴 탓인지 얼굴에 분홍 빛 생기가 돋는다. 그녀는 알까. 당신을 보며 뻣뻣한 몸으로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것도 실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채  춤을 추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무엇이든 즐기는 사람을 당할 자는 없다. 그것이 춤이던, 글쓰기나 독서, 운동이던,  어떤것이든 리지않고 그냥 즐기면  장땡이다. 이번에는  글을 읽은 당신이 즐길 차례다.  자, 오늘 루를  즐길 준비되어 있는가. 오늘도 디스코! 디스코!







새해에는 흘러가는 시간을 잠깐 멈추어 세워 나의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의미 없이 지나친 순간도 그러모으면 하루를 사는 비타민 한 줌이 될 거라 믿어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작가 다섯이 꾸려가는 공동매거진 <일상을 살피는 마음>을 구독하고 당신의 일상에도 영양을 듬뿍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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