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똥 Mar 01. 2024

핀란드 교육에 쿵!  깨닫는 마음

제가요, 뭣도 모르는 엄마였지 뭐예요

올해로 우리 쌍둥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최고참인 7살이 되었다.  돌잔치를 치른 지 며칠 되지 않아 어린이집 생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다.   


문제는 7살이 시작되는  새해부터 불거지기 시작다.

신입생 환영식 및 오리엔테이션에 참여했던 날이다.  해마다 똑같은 전달사항이나 주의사항을 이야기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이상하리만큼 낯선 풍경에 아이들도 주눅이 들어 엄마 품에 떨어지려 하질 않았다. 자신이 2년 동안 다니던 어린이집을 부모와 함께 왔는데 낯설다는 말이 안 된다.  생각해 보니 어린이집에 들어섰을 때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들은 담임선생님이나 그동안 알고 지내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그저 '하루 도우미로 일하시는 분이겠지'라며 가볍게 생각한 잘못이었다.


"기존 어머님들과 신입생 어머님들도 계시지만, 저희 원이 올해부터는 새로운 마음을 갖고 새 출발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들어오실 때 보셨다시피 각 반 담임선생님들과 보조선생님들이 모두 새롭게 부임하셨습니다. 게다가 시에서 지원을 받은 어린이 수업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맡아주실 전문가 선생님까지 상주하실 거라  아이들 교육은 믿고 맡기셔도 좋습니다. 자, 새롭게 인사드리겠습니다."


새로운 건 나쁜 게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선생님이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모두 그만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물론 선생님 한 두 명쯤이야 적성이 안 맞아서 떠난다거나 더 좋은 환경을 찾아갈 수도 있다. 이미 2년 전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선생님이 지금은 모두 바뀐 셈이니까. 하지만 선생님 모두가 한 방에 이곳을 떠난다는 건 분명 남은 자의 잘못이지 않을까. 게다가 남은 자는 그들의 주인으로서 고용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아니, 제 발로 직접 나가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속에서는 별의별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면서 '과연 이런 환경에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하는 우려심이 들었다.


문득 작년 가을즈음에 아이들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아이들이 여섯 살이었으니까, 나의 주 관심사는 초등학교에 진학 전,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완벽하게  깨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한글을 알면 좋겠지만, 집에서 어느 정도 기본 교육이 된 아이들은 쉽게 따라오는데 그게 안된다면 장담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어머님. 혹 시간이 되신다면 아이들과 조금씩이라도 한글공부를 시도해 주세요. 저도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나는 당시 원에서 먼저 기초 교육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닌지, 그게 교육자의 의무가 아닌지 의아했다.

노력을 해보겠다며 고운 미소를 짓던 선생님이 정든 이곳을 떠난다. 나의 무리한 강요가 선생님들을 힘들게 한 건 아닌지,  아아침 7시 30분 전에 출근하여 저녁 늦게 퇴근하는 생활이 고된 이유였을까. 대체 이곳을 떠나러는 이유는 뭘까.


시기적절하게 며칠 전 서울시 교육원에서 올린 글을 게 되었다.

핀란드 어린이집의 스케줄은
70% 이상이 놀이터에서 놀기,
숲 걷기 등 신체활동 위주로 구성됩니다.
30%는 날씨나 감정표현하기, 숫자 익히기 등이며, 부모는 교사를 교육전문가로서 인정하고 믿고 맡깁니다.


사실 지금까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며 내가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바랐다. 더 좋고 새로운 곳에 자주 떠나길 원했고, 메시지가 담긴 잘 만든 훌륭한 작품을  가져오길 기대했으며, 작품전시회나 재롱잔치를 통해 아이들의 역량을 확인하바랐다. 단 5분,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재롱잔치에 선생님들 얼마나 피땀 어린 노력을 까, 반복의 힘을 믿는다며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 한 명 까지도 용기를 주기까지 엄청난 노력이라는 대가가 필요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작년 이맘때 아이가 무대에 서서 멋지게 춤을 출 때 ' 내 아이가 잘났으니 저리 잘하지'라며 뿌듯했다. 하지만 아이는 부모가 아닌 선생님을 통해 배우고 익혔다. 아이는 선생님을 거울삼아 손동작, 표정 하나까지 똑같이 복사하고 노력이라는 구슬땀을 흘렸다. 선생님이 해냈다. 모든 순간이 선생님이 해낸 기적이었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며 황급히 도서관에 들렀다. 핀란드 육아가 궁금했다. 나는 이렇게 못난 엄마인데, 과연 핀란드 엄마들은 나와 어떤 점이 다를까.  그들 마음이 궁금했다.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쓰던 장난감을 그대로 물려주는 경우가 많고, 조부모가 집에 올 때도 장난감을 사 오지 않습니다.
얼마 안 되는 장난감을 통해 내 물건의 소중함을 알고, 관리하는 습관을 먼저 들이는 것을 핀란드 부모들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핀란드 학교의 수업 목적은 1등을 가려내는 경쟁이 아니라'뒤처지는 아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경쟁이 없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가지고 있는 경쟁에'대한 욕구를 방학 내내 스포츠로만 풀기에도 모자라 보였다.

핀란드의 부모나 선생님 대부분은 아이가 꿈을 좇기보다(돈보다)'행복한 삶을 찾길 원해요.

말이 빠른 아이도 있고 걸음이 느린 아이도 있습니다.'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다른 건 세계 어느 나라 아이나 다 마찬가지죠
핀란드의 초등 교육은 뛰어난 아이를 가려내기보다 뒤처지는 아이를'기다립니다. 아이들의 시행착오를 기다려주다 보면 각자 스스로 하고'싶은 게 더 정교해질 테니까요.

-똑똑똑! 핀란드 육아 중-
  


나는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다른 게 싫었다. 다르다는 기준은 '잘하는 친구들'과 같아지기를 바랐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한글을 일찍 깨쳐서 받아쓰기에 100점을 맞았으면 좋겠고, 수학과 영어도 척척 잘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 일찌감치 사교육을 시켜야 했는데, 게으른 나는 그러질 못했다. 지금이라도 늦기 전에 한글공부와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 모든 건 내 욕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고된 교육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  아닌지, 학부모들의 기대에 못 미친 교육상황을 바꾸고자 전원 해고라는 원장의 선택인지 여전히 선생님들의 퇴사이유를 알지 못한 채 오늘부로 선생님들은 모 어린이집을 떠났다.


우리는 핀란드 부모를 통해 배워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칫 부모의 꿈으로 내몰릴 위기의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핀란드 교육부장관의 말 한마디다.


"핀란드 교육에 경쟁은 없다. 스포츠에만 경쟁이 있다."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나라, 더불어 선생님이 떠나지 않고 오래 시간 머물며 전문가되기 위해 , 부모로서 과한 기대보다는,  선생님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물론 한국은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두 아이와 포옹하며 이별을 고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사뭇 그립다. 하지만 진짜 이것이다.

당신은 그 누구보다 최고의 선생님이었다! 는 사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을 다물고 싶은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